올해 5만원권 15.5%에 그쳐… 주화 수거량은 3년만에 최고수준
코로나發 경제난에 동전까지 사용…저소득·취약계층 지원 시급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고액권 지폐는 사라지고 동전은 대거 수거되는 화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여파 등으로 5만원권 환수율은 역대 최저수준인 반면 돼지저금통까지 뜯은 서민들이 증가하며 경제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은행(이하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가 확산됐던 지난 2월 이후 주화의 수거량이 폭증해 3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500원화는 △2월 28억 7000만원 △3월 31억 8000만원 △4월 38억 1000만원 △5월 21억 4000만원이 수거됐다. 100원화는 △2월 23억 2000만원 △3월 25억 3000만원 △4월 28억 8000만원 △5월 18억 3000만원이 한은으로 돌아왔다.

평소 가정에 방치되던 동전들이 대규모로 돌아온 배경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코로나에 따른 경제난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질수록 한 푼이 아쉬운 개인들이 동전까지 긁어모아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동전을 교환하려고 은행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연초나 학기가 시작될때마다 동전교환이 증가하지만 올해처럼 몇 달동안 동전교환 업무가 꾸준히 이어진 적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5만원권 지폐는 올들어 1조 3400억원이 발행돼 환수금액은 2070억원(5월말 기준)으로 환수율은 불과 15.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1조 3170억원의 발행금액 중 4250억원(환수율 32.3%)이 환수된 것에 비해 절반 이하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와 0%대의 초저금리, 각종 부동산 규제로 투자처를 잃은 개인 등의 현금보유가 증가한 결과로 분석된다.

저소득층과 서민들은 100원짜리 저금통까지 뜯어써야될만큼 경기한파를 겪고 있지만 한 켠에서는 고액권을 쌓아두고 있는 현상에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코로나 이후 막대한 자금이 시중에 풀렸지만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서민들의 생활고는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5만원권과 동전 환수율의 엇갈린 현상은 서민경제의 어려움과 경제 양극화를 반영하고 있다"며 "경기가 침체될수록 저소득층의 타격은 더 심각하다. 저소득·취약계층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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