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21세기 초, 토머스 프리드먼이 인도의 방갈로에 앉아서 지구의 경제 중심이 어떻게 재편되는가를 통찰하며 쓴 책 ‘세계는 평평하다’ 덕분에 우리는 기술과 업무방식, 지리적 관점을 크게 확장시킬 수 있었다. 그로부터 15년 후,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많은 부분들이 중단되면서 우리는 세계화가 뒷걸음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필자의 경우만 해도 많은 일들이 불가능해졌다. 지난 5월에는 헝가리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고 미국 켄자스주(州) 피츠버그대학을 방문해 연설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애리조나주립대학과의 미팅만 온라인 화상회의로 대체되었을 뿐, 모든 계획들이 취소됐다. 코로나는 모임, 행사, 기념식들을 캘린더에서 지워버렸다.

언택트사회가 가져온 많은 변화에 적응하는 동안에도 일상은 계속된다. 다만 아찔한 속도의 롤러코스트에서 정거장이 많고 다소 느려진 코끼리열차로 갈아탔을 뿐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곳 중의 하나가 학교이다. 학생들은 새로운 형식의 배움에 적응해가고 있으며 유튜브 등 온라인 소통을 위해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한다. 대학에서 가장 엄숙하고 가슴 벅찬 행사가 바로 졸업식이다. 올해 7월 초,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은 졸업예정인 188명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수료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은 64개 나라에서 온 164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올해 졸업생들의 국적만 보더라도 20개국에 이른다. 세계상공회의소 회장이 직접 수료식에 참석하여 졸업을 축하해 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광경을 졸업생들이 자신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켜볼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예상 밖의 코로나 확산 위험으로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 어쩌면 올해 졸업생들은 그들이 직면해야 하는 새로운 세계를 아주 냉정하게 보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졸업생들은 앞으로 그들이 출신국가와 상관없이 불안정한 세계와 맞서게 될 것이다. 전염병, 경제적 갈등에 의해 이전의 질서는 무너지고 평등과 공정성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질 것이며 줄어든 기회 때문에 좌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형식이 제거된 뒤, 더욱 중요한 것은 본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많은 것이 디지털화되고 사람간의 접촉이 최소화되는 언택트 세상이 고립과 우울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보여준 ‘평평한 세계’에 깊은 고랑과 높은 장벽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인명의 손실, 세계 공급망의 와해, 경제적 위기 등 대혼란을 감안하면 그럴 만도 하다. 미국만 해도 실직으로 인해 3000만 명이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올가을에 졸업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이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두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전하며 각자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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