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병상→210병상, 축소개원
향후 10년간 차입금 3955억원
재정악화 탓 서비스 질 저하 우려
인턴·전공의 없어… 경쟁력 위기
수도권 병원과 차별화 전략 필요

▲ 세종충남대병원 조감도.
▲ 세종충남대병원 조감도.

[충청투데이 이승동 기자] 서울대병원 세종의원 세종 유치를 가로막기 위한 정관계 로비활동 의혹, '세종충남병원 조기건립을 위한 묻지마 동의서' 작성부터 국내 빅5 병원 유치 여론을 뒤집는 반전 상황 연출까지.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여는 세종충남대병원의 미래전망에 거대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개원과 함께 최악의 재정위기를 떠안으면서다. 의료인력 수급난에 직면했다는 점도 불편한 진실로 지목됐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최첨단 의료서비스와 창의적 헬스케어를 선도하는 스마트 병원을 슬로건으로, 10개 특성화센터 및 31개 진료과를 품고, 오는 16일 진료를 시작한다. 당초 계획된 500병상 운영 시나리오는 재정여건 상 개원초기 210병상 규모로 개원 한 뒤 차츰 병상을 늘려가는 것으로 수정됐다. 재정운용 여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의료인력은 의사직 102명, 간호직 390명, 보건직 134명 등 829명으로 출발한다.

급성기 중증질환, 응급질환 신속한 대처 및 진료, 다빈도 암종을 중심으로 한 암진료 역량 강화 및 다학제 통합진료 시스템은 세종충남대병원이 앞세운 병원 정상화 무기다. 무엇보다 120억원을 들여, 국내 대형병원 3번째로 도입한 MRI 기반 최신형 암치료 장비인 '메르디안 라이낙(MRIdian LINAC)'을 자랑거리로 앞세웠다. 메르디안 라이낙은 MRI(자기공명영상)와 방사선 치료용 선형가속기(LINAC, Linear Accelerator)가 융합된 실시간 자기공명 영상 유도 방사선 치료 장비다.

현재 MRI와 방사선 치료가 동시 가능한 방사선 치료용 선형가속기는 메르디안 라이낙이 유일하다.

이재환 진료처장은 “메르디안 라이낙은 치료 전 MRI를 촬영해 보다 정확하게 암(종양)을 조준한 후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며 “신체의 정상조직은 거의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암에만 정확하게 방사선을 조사해 치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사선 치료를 하는 중에도 연속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표적 종양의 위치와 그 외 해부학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약없는 적자운영 등 병영 경영의 악순환 우려를 떨쳐낼 수 없는 숙제로 품으면서, 한동안 치열한 한때를 보내야할 전망이다.

재정위기가 곧바로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세종충남대병원이 반드시 풀어내야할 숙제. 지역 한 의료계 관계자가 공개한 충남대 병원 중기재정전망은 최악이다.

세종충남대병원 건립을 위한 금융권 차입금액은 2835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개원 시 본원 의료수익 10%를 전제로, 향후 10년간 차입금만 3955억원인 것으로 전망됐다. 재정악화에 따른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가 거세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도권 대형병원에 지방환자가 몰리는 의료업계 ‘빨대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강남 세브란스·성모(카톨릭중앙의료원)·삼성서울·현대아산병원 등 국내 최상급 빅(big)5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향후 KTX 세종역 설치와 함께 보다 심화될 빅5 병원 쏠림현상 우려는 병원 정상화에 묵직한 장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에 시선이 고정된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해법 제시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의료인력 수급난과 맞물려, 환자 진료 필수 의료진인 인턴 및 전공의 없이 개원을 감행한 것도 현장 의료진을 앞세운 생존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충남대병원의 현금보유고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분위기 속, 병원 측이 제시한 3단계 병원 확장 시나리오 역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충남대병원이 미래전망의 거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장 수도권 ‘빅 5’ 병원 을 상대로 한 신개념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나용길 병원장은 “코로나 19로 인해 충남대 본원 역시 병원경영 부담을 안고 있다. 흔들리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 인력 일부를 축소했다. 풍족하게 인력을 수급받지 못했다”면서 “인턴 및 전공의 배치 등 기본적으로 인력 효율성을 높이는 재정자립까지 5~7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민 외부유출 등을 차단하기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의사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미리 준비하고 대처하기 쉽지 않았다. 수도권 병원과의 차별화 전략을 마련하고, 기본적 의료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환자 서비스 질을 높이는 설명 잘하는 병원을 만들겠다. 제도적 개혁, 외부 병원 벤치마킹을 통해 빅5병원과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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