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예술팀 ‘앙상블 솔리데오’
클래식기타·바이올린 등 협연
익숙한 클래식 편곡해 선보여
대전지역, 타지 비해 지원 적어
소공연장·공연 기회 확대해야
코로나 이후 온라인 공연 진행
캠코더 등 장비기술 턱없이 부족
안무자와 함께하는 탱고프로젝트
내달 장애인 음악 공연도 앞둬
예술사각 놓인 이들에 희망되길

▲ 앙상블 솔리데오. 서유빈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문화예술계를 올스톱시켰다.

수많은 공연·전시들이 취소되거나 기약 없이 미뤄졌다.

각 기관과 단체들은 임시방편으로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기로 했다.

현장의 사람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사태에 빈틈은 분명히 있었다.

장비 등의 기술이 턱 없이 부족했고 텅 빈 객석은 예술인들의 맥을 빠지게 했다.

더욱이 서울에 비해 문화적 기반이 약한 지방은 더욱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지역 청년예술인들은 실낱같은 기회조차 잃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미한 열정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자 애쓰고 있는 청년예술인들이 있다.

‘앙상블 솔리데오’를 만났다.

 
◆ ‘앙상블 솔리데오‘는 어떤 팀인지

김병현(클래식기타) : 2010년 처음 만들어진 팀이다.

저는 클래식 기타를 주로 연주하는데 아무래도 현악기나 목관악기, 다른 오케스트라 악기와는 협연할 기회가 없었다.

계기를 만들어 봐야겠다 생각했고 바이올린이나 플롯 등 평소 잘 안하는 조합으로 시작했다.

이 편성으로 자체적으로 작곡된 곡이 많이 없어서 초반에는 익숙한 클래식 작품들을 편곡해서 선보였다.

지금은 유명하거나 귀에 익은 클래식을 연주하기도 하고 탱고만 전문으로 하기도 한다.

연주회나 프로젝트에 맞춰서 멤버를 섭외해 진행하고 있다.

◆ 팀이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김병현 : 대중들은 아주 애호가가 아닌 이상 대게 클래식 음악을 어려워 한다.

막상 들어보면 귀에 익은 클래식이 많은데 선입견 때문에 거부감부터 가지곤 한다.

앞으로 그런 선입견을 깨는 활동과 함께 탱고 같은 한쪽 분야를 파고들어서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 2011년 ‘프린지 페스티벌’ 이후로 대전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는데 지역 예술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김민경 : 대전문화재단에서 지원사업이 생긴 이후로 다행히 청년이나 기성단체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아직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대전문화재단의 기준이 다르고 정산 방식이라든지 신청 방식이라든지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기획이나 주최자에게도 지원이 가고 지원 규모도 크다.

대전문화재단 지원사업은 기획비나 대표, 연주자에게는 사업비가 책정되지 않아서 아무래도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헌신해야 되는 사업 할 때가 많다.

지금 대전에서 하는 공연 중에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공연은 하이레벨이 많고 작은 공연장은 공연 시설이 미흡한 경우가 다수다.

그래서 공연 기회 자체를 갖기가 힘들다.

정식 대관을 통해서만 연주를 할 수 있는데 큰 공연장이다보니 그만큼 큰 준비와 돈이 필요하다.

중·소 공연장이 많아지고 작은 팀에게도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그나마 여력이 되는 편인데 주변 예술인 중에는 일생에 한 번 공연을 여는 게 힘든 사람들이 많다.

문화재단 사업은 기획사를 낄 수가 없어서 나중에 300~400만원 정도 자기 돈을 들여서 기획사 비용을 낸다.

본인이 기획까지 할 여유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맡기는데 기획사가 많은 돈을 가져가게 된다.

김병현 : 예술가들은 예술만 해와서 기획 능력을 배워본 적이 없다.

어렵고 귀찮은 작업이니 자비를 써서라도 맡기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마이너스다.

대전지역 연고 예술인 뿐만 아니라 위한 점차 지원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다.

기회가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여전히 타지에 비해 지원 규모가 작긴 하다.

큰 프로젝트가 있으면 거기에 몰아주는 경향도 있다.

예를 들어 국제기타페스티벌의 경우 기타리스트 입장에선 좋지만 다른 악기 연주자들에게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일 수도 있다.

전체적인 파이가 커지면 좋다.

◆ 코로나19 이후 관객들과의 스킨십이 줄어 들어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최지연(반도네온) :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한다고 하니까 너무 맥이 빠졌다.

200~300명 들어가는 홀인데 관객 없이 덩그러니 공연 하려니 속상했다.

지금은 그거라도 못하면 더 힘들다.

또 혹시라도 내가 감염되면 나 때문에 연주를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도 걱정이다.

온라인으로라도 감지덕지인 상황이다.

요즘에는 외국에서 국제적인 페스티벌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가고 싶어도 멀어서 못 갔던 공연을 볼 수 있는 건 좋은 변화인 것 같다.

◆ 비대면이 광역화 되고 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비대면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려면.

최지연 : 최근에 BTS는 온라인 공연으로 220억을 벌었다고 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 공연을 누가 돈을 주고 봐주겠나.

무료로 한다고 해도 안 보는데 당장은 급하게 온라인으로 무료 공연 진행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절실하다.

관객이 없어도 연주비로 먹고 살 수 있도록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김민경 : 코로나 사태로 대전문화재단에서 이번 ‘탱고의 역사’ 공연을 온라인 스트리밍 진행하라고 했는데 저희는 장비도 없고 방법을 몰랐다.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 물었더니 지원해줄 수 있는 예산도, 인력도 없다고 했다.

온라인 스트리밍에 대한 지원이나 기술적인 자문도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핸드폰 스트리밍으로 진행했다.

문화재단 SNS 보니까 다른 공연들도 온라인으로 계속 하고 있던데 우리 같은 의견이나 제안이 없는 건지 궁금하다.

겉에서 보면 문제없이 조용하고 평화롭게 흘러가는 듯 보인다.

핸드폰으로 공연을 중계하더라도 재단 측에서 최소한의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는데 여전히 캠코더나 장비 등 기술 지원할 담당자가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 어느덧 중견이 된 선배로서 막 시작한 청년예술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

최지연 : 음악하는 친구들이 예술에 대한 환상은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조건 열심히 하고 끝까지 버틴다라는 생각으로 해야지 돈을 벌겠다는 게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사실 하루에도 수십 번 이걸 왜 하고 있지 생각하는데 짧은 순간에 무언가가 이뤄지진 않는다.

열심히 꾸준히 하다보면 댓가가 오더라.

박종덕(베이스 기타) : 저 같은 경우는 전공을 하겠다고 오는 학생들이 있으면 일단은 말린다.

음악이 좋긴 하지만 삶을 책임져 줄 수가 없어서다.

그런데도 정말 하겠다고 하면 꼭 다른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얘기를 해준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무조건 기회가 찾아오는 건 아니다.

주변에 뛰어난 사람들이 다 먹고 살진 못한다.

코로나로 상황이 바뀌고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음악도 열심히 하면서 관심 있는 분야도 병행하는 게 좋겠다.

주변에 제일 좋은 기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음악을 즐긴다.

아이러니하다.

중고 장터에 좋은 악기들이 나오는데 그 사람들은 음악인이 아니었다.

극소수의 예술인만 음악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아닌 사람은 택배나 공장 다니면서 영위하기도 한다.

즐기면서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삶이 풍성해질 것 같다.

김민경 : 사람마다 생긴 게 다르듯 많이 갖고 태어난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하나를 해도 부족하기도 하다.

열매를 얻으려면 심은대로 열매가 나는 것 같다.

청년예술인들이 자신의 음악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좋은 열매를 얻고 싶으면 그만큼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김병현 : 화려한 연주자는 극소수다.

각자 나름대로 자기만의 비장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을 하다보면 자기의 영역이 넓어진다.

◆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활동

김병현 : 탱고 프로젝트 3번째는 탱고 안무를 하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탱고의 역사는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8월 29일에는 음악을 하는 시각장애나 지적장애를 가진 친구 5명과 관저문화회관에서 같이 연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술의 사각지대에 놓인 친구들이 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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