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예능 아니라 사적 다큐…필터링 없는 자연스러움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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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예능 아니라 사적 다큐…필터링 없는 자연스러움 추구"
  • 연합뉴스
  • 승인 2020년 07월 04일 09시 5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04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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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온앤오프' 정효민·신찬양 PD 인터뷰
▲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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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예능의 홍수 속, '보여주기식 관찰'이 아니라 '사적 다큐멘터리'라는 독특한 수식어를 내건 한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tvN 토요 예능 '온앤오프'다.

1회에서 "(자고 일어나서) 원두를 갑자기 갈지 않는 분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성시경의 말처럼, '온앤오프'는 꾸미지 않은 연예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연예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웃기만 할 줄 알았던 개그맨 김민경은 선배이자 스승 전유성을 만나 펑펑 울었고, 섹시한 걸그룹 멤버인 줄 알았던 경리는 깔끔하게 집안 정리 잘하는 둘째 딸이었다. 기획사를 세우고 나서 연예 관계자들에게 열심히 명함을 돌리는 CEO 유빈의 모습도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0%대에서 시작한 '온앤오프' 시청률은 지난 5월 말부턴 2%대로 안정감 있는 궤도에 올랐다.

최근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온앤오프' 정효민, 신찬양 PD는 "프로그램의 맛을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 PD는 '사적 다큐멘터리'라는 수식어의 의미에 대해 "대상이 되는 인물에 깊게 다가가고 양념을 덜 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예인들 중에서 관찰 예능을 기피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왜 어렵냐고 물어보면, '카메라들이 여기저기 다 있는데 그걸 없는 척하기가 낯간지럽고 괴롭다'는 얘길 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그럼 우리는 관찰 예능으로 접근하기보다 다큐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큐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가식적으로 꾸며내지 않잖아요."

그는 이어 "사적 다큐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래도 된다'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관찰 예능이라고 하면 필터링이 생길 거예요. 김민경 씨 에피소드 나가고 나서 조세호 씨가 한 얘기가, 개그맨들은 TV에서 슬픈 얘길 하거나 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자기 검열이 있다고 하더군요. 저희 프로그램에선 '그래도 된다'는 서로의 약속이 있고, 그래서 민경 씨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요. 세호 씨도 동료가 울고 있을 때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겠지만 내버려 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밀고 갔었죠."

프로그램의 시작은 성시경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고 한다. 신 PD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다들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나에 대해 궁금해하던 시절,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성시경 씨가 요리하던 모습을 보게 됐고 그게 의외였다"고 말했다.

"음악하거나 방송 진행하는 모습만 보여주던 사람이 주절주절 말을 해가면서 SNS에 요리 사진을 올리는 걸 보면서 '우리가 알던 모습과 오프(off)의 모습은 다르구나, 이런 모습을 담아보면 어떨까' 해서 연락했어요. 처음엔 관찰 예능을 싫어하셨죠. 그런데 재밌는 점은, 많이 망설여도 일단 한다고 하면 모든 걸 내어주는 분이에요."

JTBC '마녀사냥'으로 성시경과 인연이 있는 정 PD는 그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집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찍게 되겠지만 집이 어느 동네에 있고 집에 어떤 물건들이 갖춰져 있는지, 그런 걸 관음적으로 훑는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취지의 얘길 깊게 나눴다"고 덧붙였다.

성시경뿐 아니라 심은우, 최귀화, 임윤아 등 사생활 노출이 많지 않았던 연예인들의 섭외도 화제가 됐다. 섭외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자 신 PD는 "일단 궁금한 분들에게 연락을 많이 돌리고, 그분들 중에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분들이 인터뷰에 응한다"고 답했다. 정 PD는 "한쪽 면만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를 보여줬을 때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을 찾고 있다"면서 "프로그램이 한 단계 더 궤도에 오르면 정치인, 소설가, 예술가, 스포츠 선수 등 비연예인 등을 출연시킬 계획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온앤오프'를 봐야 하는 이유로 '사람에 대한 이해'를 꼽았다.

"'관찰 예능은 재밌는데 보고 나면 씁쓸하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아요. 연예인들의 삶이 나와 달라 뒤끝이 씁쓸하다는 거였어요. 제가 어렸을 때 TV가 좋았던 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다른 사람과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걸 보여주는 창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연예인들 삶이 화려하지만 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위로받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정효민 PD)

"PD로서 다양한 사람을 깊숙이 알아간다는 게 흥미로워요. 성시경이란 사람은 까칠할 것 같다고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사람도 밥 먹는 거 좋아하고 외로워하는 사람이구나' 하게 되는 것처럼요. 그런 걸 통해서 공감하고 즐거우셨으면 좋겠어요."(신찬양 PD)

nor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