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정치자금 재보궐說 등 명단유출 자원봉사센터 압수수색
정정순 의정활동 전념 … “불법없다”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검찰의 칼 끝이 4·15 총선 당시 회계부정 의혹 등에 휩싸인 정치1번지 청주 상당을 겨냥하면서 최근 들어 청주권 정가가 '살얼음판' 모드로 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을 둘러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가 몇몇 시·도의원들을 향해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문'이 증폭하면서 부터다. 일각에서는 청주 상당 선거구의 여권발(發) 무더기 재·보궐 사태를 전망하며 도의회 및 시의회 지도부 구성을 두고도 설왕설래하고 있다.

1일 지역 정치권은 회계부정 의혹 등에 대한 검찰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정순 의원의 선을 넘는 상황 전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검찰이 지난달 26일 정 의원의 지역사무실 뿐만 아니라 청주시자원봉사센터까지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 점을 언급했다. 이 센터의 자원봉사자 명단이 정 의원 선거캠프로 유출돼 총선 당시 불법활용한 정황을 포착한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관계자는 "명단이 선거운동 활용으로 사용됐다면 여러 공모자가 있지 않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당 충북도당은 성명에서 "특정의 사적목적에 활용된 게 사실이라면 이는 시민들을 능멸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총선 때 공공목적을 띈 특정단체의 핵심 관계자에게 정 의원의 당락을 걱정하며 사실상 지원사격을 요청했다는 설(說)도 나돌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소문은 청주 상당 선거구 내 몇몇 도의원과 시의원들이 총선 시즌에 정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얘기다. 지방의원들이 차기 2022년 민선 8기 지방선거를 염두하고 공천권을 쥘 가능성이 높은 국회의원 후보에게 보험을 들었다는 것이다. 정정순 의원을 겨냥한 검찰수사가 관련 정치인 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정정순 의원에 대한 검찰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수사를 통해 자연스레 설의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회계부정 의혹 수사에서 불법 정치자금설과 관련해 뜻밖의 수확을 거둘 수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벌써부터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을 다시 뽑는 재·보궐 선거를 치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적잖게 나온다. 향후 검찰수사 결과가 어떤 일을 초래할지 알 수 없다는 게 기저에 깔려 있다. 일단 검찰의 정 의원 '기소 여부'가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2017년 5·9 대선에 이어 2018년 6·13 지방선거의 충북압승과 2020년 4·15 총선 신승(辛勝)을 거론하며 정 의원이 '법망'에서 자유롭게 되길 바라는 기류다. 민주당 지지자는 "민주당이 선명성을 바탕으로 큰 선거에서 3연승을 달성했고 1번지 청주 상당은 무려 8년 만에 탈환했다"면서 "오랜 관료생활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정정순 의원이 회계부정이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을리 없다"고 단언했다.

공교롭게도 후반기 도의회와 시의회의 수장 모두 청주 상당에서 선출됐다. 때문에 정 의원을 둘러싼 의혹과 이들의 이름이 한데 묶여 거명된다. 두 의장 측은 “황당하다”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정정순 의원은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6·17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청주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게 부당하다며 철회를 촉구하는 등 의정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정 의원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회계책임자에게 불법이나 부정한 것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총선 당시 정정순 캠프의 회계책임자였던 A씨는 지난달 11일 다수의 회계 부정 등을 주장하며 장부(帳簿) 등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정 의원을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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