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늘 함께하는 시집과 마스크.  김윤주 기자
▲ 요즘 늘 함께하는 시집과 마스크. 김윤주 기자

☞아침을 진동으로 시작한다. 재난문자다. 내가 사는 대전이 위태롭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확진자가 나온다. 잠잠해지나 했더니 다시 시작됐다. 그런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처음엔 놀라던 가슴이 이젠 덤덤하다. 자꾸 무뎌진다. 확진자가 추가돼도 놀랍지 않다. 그래서 더 무섭다. 익숙해지면 안 될 일에 자꾸 익숙해지고 있다. 심각한 일에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 노잼(NO재미, 재미없는)시기'가 온다고 한다. 난 그게 지금이다. 뭘 해도 즐겁지가 않다. 어떤 일이든 의욕이 없다. 긍정적이던 성격이 무기력하게 변했다. 탈출 방법은 몰라도 원인은 알 거 같다. 범인은 아마 아니, 분명 코로나다. 코로나가 내 일상을 가져갔다. 많은 계획들은 무너졌다.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가 언제 멈출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음에도 마스크를 낀 것 같다. 답답하다.

☞우리 부부는 여행을 좋아했다. 틈만 나면 떠났다. 국내든, 국외든 상관없었다. 많은 걸 경험하고 남겼다. 사진은 기록이 됐다. 기록은 추억이 됐다. 그건 지친 일상을 살아가게 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날렸다. 그렇게 에너지를 충전했다. 하지만 이젠 외국은커녕 국내 여행 가기도 쉽지 않다. 어딜 가기가 망설여진다. 어딜 가는 게 죄책감이 든다. 원치 않은 '집콕'에 심신이 지쳐간다. 힐링이 필요하다.

☞코로나는 눈만 보게 했다. 마스크로 코·입을 가렸다. 그래서인지 모든 게 ‘눈치 싸움’이다. 학교들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 눈치를 본다. 내년 최저임금 문제도 눈치 전쟁이다. 우리 동네 아줌마들은 근처 아울렛에 가는 것도 이웃 눈치를 본다. 심지어 맘카페에선 이 문제로 싸움도 났다. SNS에도 함부로 무얼 올릴 수 없다. 까딱하다간 먹잇감이 된다. '이 시국이' 그렇게 만든다. 언제 나아질진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모두들 생기가 없다. 오늘도 그저 그런 하루를 살아간다. 그래도 달라지고 싶다. 어떻게든 이겨내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베개에 누워 시집을 편다.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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