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

지금 이 시대에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어떤 것일까?

매체를 통해 자주 소개되는 내용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나에 대한 보상,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오락·엔터테인먼트, 건강 등일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이며 자신만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가치들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그룹인 베인 앤드 컴퍼니는 지난 3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토대로 다소 의외의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과는 달리 그전에는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소속감, 불안감소, 위험감소가 그들이 조사한 30여 개의 가치 중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사람들이 현재 상황을 얼마나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필자는 그중에서 특별히 소속감을 중요한 가치로 평가한 부분에 주목하고 싶다.

국가에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한 것도 크게 보면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소속돼 있음을 깨우쳐주고 이를 통해 내가 정말 어려울 때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안정감을 선사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심리학을 한 번쯤 접해본 사람이라면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 이론’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가장 기초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를 가장 먼저 채우려 하고 그 이후에는 안전 욕구, 사랑과 소속의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를 순차적으로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서 중요한 것은 아래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위 단계의 욕구에 대한 갈망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존경 욕구나 자아실현 욕구를 이미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지금은 그 하위의 욕구인 소속의 욕구에 목말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욕구의 전복이라고 불릴만한 상황이다. 위기를 한 번 겪고 나니 상위욕구인 존경이나 자아실현 욕구조차도 다 부질없는 것이라 여겨지는가 보다.

비단 이 문제는 개별소비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호황기에는 혼자서 수익 내기에 바빠 주변에 신경 쓸 틈조차 없었을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중소기업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감하며 무력감에 빠져있다.

이럴 때 정부와 대학, 연구소 및 여러 관계 기관들이 나서서 중소기업이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하고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19 위기는 산·학·연·관이 서로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주고 기꺼이 손을 잡고자 하는 동인을 제공해 준 절호의 기회다.

더 늦으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너무 힘들어 협력할 힘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빨리 기회를 살려 산·학·연·관이 성공적인 협력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관 간 협력 시너지가 빛을 발하게 돼 머지않아 우리 중소기업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일어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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