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 부자(父子)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물과 대전충남지역 관련 고고미술 자료를 기증해 화제다.

1일 대전시립박물관에 따르면 이성주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가 원로 고고학자이자 대전보건전문대 교수를 지낸 아버지 고 이은창 교수의 유지를 받들어 소장 유물 100여 점을 기증했다.

이들은 강화학(양명학)을 가학(家學)으로 이어받아 조선 후기 뛰어난 학문과 예술로 이름을 떨쳤던 ‘육진팔광(六眞八匡)’으로 일컫는 학자를 배출해낸 명문가의 후손이다.

이성주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가 기증한 '나주임씨 청화백자묘지석'. 사진=대전시 제공
이성주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가 기증한 '나주임씨 청화백자묘지석'. 사진=대전시 제공

기증받은 유물 중 저명한 양명학자이던 하곡(霞谷) 정제두(鄭齊斗, 1649 ~ 1736)의 학문을 계승해 학문과 글씨로 유명하던 초원(椒園) 이충익(李忠翊, 1744 ~ 1816)이 1809년 생모인 나주임씨를 위해 지은 청화백자 묘지석이 눈길을 끈다.

조선후기 양명학자의 문장과 글씨를 같이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며 관련 패물(佩物)과 도자 등도 절대연대를 확보할 수 있는 민속유물들로 가치가 높다

또한 마제석촉(磨製石鏃), 반월형석도(半月形石刀) 등의 선사시대 석기류와, 화로형토기(火爐形土器), 소형옹관(小形甕棺), 고배(高杯) 등 삼국시대 토기류 등 다수의 고고유물들도 함께 기증됐다.

이중 대전 읍내동, 대동에서 수습된 마제석부(磨製石斧)는 대전 지역 선사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줘 지역사적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1948~1949년 경 백제 와당, 신라 와당을 비롯해 충청지역(부여, 보령, 임천, 공주, 서산 등)의 주요한 금석문들을 탁본한 자료들도 금석학 및 역사 자료로서 시대별 유물의 변천 과정과 역사를 보여준다.

고 이은창 교수의 아들인 이성주 교수는 “기증한 유물들은 10여 대를 내려오는 유물들과 지역의 역사에 보탬이 되는 자료들로 이렇게 기증하는 것을 아버지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립박물관 윤환 관장은 “기증된 유물은 자료의 중요성을 감안, 향후 전시·연구 자료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며 “개인 소장유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일반에 공개해 사회에 환원하는 시민 소장 자료 기증, 기탁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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