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요구불예금 13조 93억원 지난해 같은기간比 16.6% 증가
5만원권 환수율도 15.5% 그쳐 경기침체 따른 불안감 커진 탓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지역 금융기관과 개인이 쌓아두는 부동자금이 늘면서 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시중에 대규모 자금이 풀렸지만 실물경제에서는 초저금리, 부동산 규제 등으로 투자처를 잃은 부동자금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의 대전·세종·충남지역 금융기관 여수신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금융기관 수신은 7조 9514억원(4월말 기준)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은 1조 1810억원 증가했으며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년동월말대비 16.6% 증가한 13조 9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수시입출식 통장과 같은 개념으로 일정기간 돈을 묶어두는 예·적금 등의 저축성예금과 성격을 달리한다. 금융기관의 요구불예금에 정부나 공공기관 등의 정책 집행 등을 위한 운영자금이 상당부분 포함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같은 기간 저축성예금이 3.6% 증가한 것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와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규제강화 등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의 증가는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방치하는 돈이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며 “코로나로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잠깐 맡겨두는 성격의 부동자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개인들이 은행거래 조차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점이다. 올 들어 대전·충남지역에서 발행된 5만원권 지폐 1조 3400억원 가운데 환수금액은 2070억원(5월말 기준)으로 환수율은 불과 15.5%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1조 3170억원의 발행금액 중 4250억원(환수율 32.3%)이 환수된 것에 비해 절반 이하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증가와 0%대의 초저금리, 각종 부동산 규제 등으로 투자처를 잃고 개인의 현금보유가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돈이 금융기관을 통해 원활하게 순환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이뤄져야하는 데 순환이 안되고 쌓이기만 하는 것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낸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의 괴리감, 투자처에 대한 불안감으로 부동자금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간에 경제상황이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처럼 유동성에 기반해 단기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투자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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