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행사예산 등 줄여 지급…충북도 “뉴딜사업이 곧 재난 지원”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코로나19 발(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놓고 충북도와 제천시, 옥천군이 시각을 달리해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3곳의 지자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장(長)이 '지휘봉'을 쥐고 있는 게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제천시가 최근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각 10만원 지급을 검토한다고 공표한 이후 충북도의 지급안(案)을 기대하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30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청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안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 3월 31일 '충북형 재난지원금' 지급을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통합 대체한다고 직접 발표했다. 이 방안에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도청은 각 시·군의 숙원사업(시·군 대표 뉴딜사업 등)을 지원하는 방법, 즉 자금회전을 통해 재난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은 없지만 '충북형 뉴딜사업'을 통해 큰 틀에서 재난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란 얘기다.

충북도의회가 24일 원안 의결한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우리마을 뉴딜사업(총 708억원 중 4회 추경안 204억원) △투자유치 뉴딜사업(1000억원 중 100억원) △시·군 대표 뉴딜사업(8332억 중 192억원) 등 3개 분야에 일단 496억원이 담겼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29일 "주민의 합의된 요구가 있으면 9월 추경안을 통해 재난지원금 지급을 긍정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옥천군은 4월말 주민 모두에게 10만원씩 지급을 결정한 바 있다. 도내 11개 기초지자체 중 첫 지급 결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 재난지원금이 소비심리를 회복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타 시·도 광역지자체의 사례도 곁들여져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0년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대비 4.6%나 증가했다. 소매판매가 '코로나19' 발생 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5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 효과란 것이다. 충북지역 역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시동이 걸린 5월 소비심리지수가 상승한 이후 6월까지 적잖은 영향이 미쳤다는 게 한국은행 충북본부의 6월 충북 소비자심리지수(CCSI) 등을 분석한 지역 경제계 일각의 시각이다. 지역의 한 유력인사는 "돈이 경제판 위에서 회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서울과 경기, 광주, 전남, 울산, 대구, 경남, 제주 등 전국 곳곳의 광역단체가, 기초지자체는 40여곳(17.7%)이 정부 지원금 이외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점도 충북도발(發) 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의 재정자립도가 매우 열악하고 이시종 지사의 도정 스타일도 선별적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등 자체 재난지원금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란 시각이 많다.

올해 기준 충북도의 재정자립도(28.7%)로 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번째다. 반면 보편적 복지 도정의 대표적인 광역단체인 경기도는 재정자립도가 70%에 육박한다. 앞서의 충북도 관계자는 "재원은 부족한데 훗날을 생각하지 않고 재난지원금 지급을 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이 지사는 농민수당과 관련해 농가 기본소득보장제(영세농가 4500가구) 예산으로 약 35억원 외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농(富農)' 지원은 터무니 없다는 것이다. 이 지사의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통합 대체안 발표를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민주당의 입장이 '대략난감'해진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와 옥천군 간 시각차에 이어 제천시까지 재난지원금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특히 민주당 내 자중지란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는 중대 사태"라며 "민선 7기 후반기 임기가 사실상 시작됐는데….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게 아니냐"고 진단했다. 민주당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 선거를 비롯해 기초단체 11곳 중 7곳을 쓸어 담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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