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자 청주시 서원구 체납징수팀장

큰언니의 회갑을 기념해 자매들끼리 하와이 여행을 다녀온 적 있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출발하기 전 많은 기대와 함께 준비에도 여러모로 신경을 썼다.

출국 수속을 거쳐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싣고 8시간 후에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둘러본 곳은 강렬한 태양이 빛나는 와이키키 해변이었다. 선탠이나 서핑, 물놀이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하와이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일년 내내 20도에서 25도를 유지하고 습기도 많지 않아 쾌적한 날씨로 풍요로운 곳, 축복받은 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와이키키 중심에서 차로 25분 거리에 있는 하나우마베이에서 스노클링을 했는데 물속의 풍경은 마치 그림 같았다.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 맑은 물속에서 떼 지어 다니는 형형색색의 물고기, 해양 동물의 서식처인 산호초. 우리는 연거푸 "정말 아름답다", "진짜 좋다"라는 말을 계속 쏟아냈다.

여행을 계획하느라 인터넷을 검색하고 여행책자를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하와이에서는 많은 관광객이 사용하는 선크림으로 산호초가 죽어간다고 한다. 선크림에 들어가는 옥시벤존이라는 성분이 산호의 DNA 기형과 손상을 일으키고 암수의 균형, 성장 등에 유해를 가하는 것이다.

산호초를 이루는 산호는 알맹이와 껍데기가 같이 성장하는 구조인데 알맹이는 그대로 있고 껍데기만 성장해서 죽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 성분은 극소량이 유입돼도 산호초에 치명적 영향을 입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하와이주는 2021년부터 바닷가에서 선크림을 바르고 들어가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한다고 한다.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바른 선크림이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이제부터 잘 살펴서 옥시벤존 성분이 없는 선크림을 사용해야겠다.

또 한편으로 현지에서 일회용품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는 실정을 접하고 이렇게 해도 괜찮은가 하는 걱정이 됐다. 식당에 가면 사용하는 숟가락, 포크, 접시가 전부 일회용품이었다. 재활용이나 분리배출 없이 모두 남겨진 음식물과 함께 한꺼번에 커다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그곳에서 일회용품을 많이 쓴다고 따질 수도, 음식을 안 사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인건비가 비싸고 땅이 넓어서 그러나 하는 짐작을 할 뿐이었다. 이번 유람에서 선크림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과다한 일회용품 사용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나부터 알면서 혹은 모르는 가운데 자연이나 환경을 훼손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지 돌아보게 됐고 고민없이 플라스틱 제품을 쓰던 생활습관을 반성하게 됐다.

소비자, 생산자, 정부는 앞으로 물건을 만들거나 쓰면서 자연을 개발하거나 이용하면서 모두 좀 더 환경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편리나 경제적 가치만을 따지지 말고 자연과 사람이 같이 윈윈하는 방법을 머리를 맞대고 함께 생각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