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서 만난 김모 어르신 마지막 길… 따뜻한 가족 품 위로됐길

옛말에 ‘곡기를 끊는다’는 말을 듣곤 했다.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먹지 아니하다는 뜻으로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생의 마지막이 오면 곡기를 끊으시는 어르신들을 곁에서 지켜보게 된다.

일반식을 드시다가 저작능력(음식을 씹는 것) 상실 및 연하곤란(삼킴 장애)으로 인해 치료식(죽 또는 환자영양식)으로 변경을 해드린 후 그마저도 식사가 어려운 경우가 오게 되는 것이다.

여든 중반을 넘긴 김모 어르신께서 식사양이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계약의사(촉탁의)의 처방을 받아 입맛을 돋아주는 약으로 도움도 드려봤다. 코로나 19로 방문이 어려워 가족들은 평소에 어머님이 즐겨 드시던 반찬을 정성껏 만들어 요양원에 부탁도 했다. 조금 식사양이 늘어날 듯 하더니 결국엔 곡기를 끊으셨다. 입이 마르지 않도록 가습기를 틀어드리고 수시로 수분을 공급하되 사레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드려보았다.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의식으로 누군가를 찾는 눈빛이 마치 가족들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호흡을 거칠게 몰아쉬는 한숨 한숨이 힘겹게 또는 귀하게 느껴진다. 맥박이 빨라지며 수십년 동안 뛰어오던 심장도 힘들어 하는 것을 수치로 알게 된다.

김모 어르신의 마지막 가는 길은 코로나 19로 인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리운 아들 딸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큰 위로와 힘이 되겠다는 가족의 결정으로 내가 태어나고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집으로 가시게 되었다.

이틀 동안 보고 싶은 가족들을 모두 만난 김모 어르신이 마지막 눈을 감으시고 가족들이 흘리는 눈물과 때마침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참 슬프게만 느껴지는 오늘 하루다. 신제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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