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1년 2월 지평리 전투 승전 닷새후 현지를 방문한 맥아더 사령관을 맞이한 라울 마그랭-베르느레 장군. 사진=지평의병 지평리전투 기념관

6.25 전쟁 참전국 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를 보낸 일은 훌륭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나라의 생존 참전용사들께 우리의 기억과 감사를 마스크에 담아 보냈으면 좋겠다. 대부분 90이 넘은 고령인데 70년 전 젊은 시절, 낯선 신생독립국 전투에 투입되거나 지원업무를 담당했던 추억이 가물가물하실 것이다. 그 피폐했던 나라에서 보내온 진심이 묻어나는 간곡한 감사편지와 마스크 꾸러미는 우리나라의 위상과 품격을 과시하는 절묘한 선물이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는 국제 판도 속에서 70년 전 보은을 구체적으로 행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전 16개국 노병들을 더 수소문하여 마스크를 보내고 우리가 늘 그들에게 감사하고 있음을 일깨웠으면 한다. 그 분들은 세상을 떠나도 후손들은 대를 이어 열성 친한파로 남아있을 것이다.

어제는 6.25전쟁 70주년 기념일. 코로나 확산과 뜬금없는 볼턴 회고록 출간파문, 북한 동향 같은 대내외 이슈로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지나간 듯싶다. 그럼에도 참전 16개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유대, 우호관계는 더욱 키울 일이다.

16개국 이름을 하나하나 꼽아본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선진국으로 잘사는 나라가 대부분이지만 에티오피아, 필리핀, 콜롬비아 같은 국가는 당시 국력과 지금은 차이가 크다. UN. 파병결의에 따랐다지만 1950년대 초, 다른 나라에 파병하거나 지원을 결정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6.25 참전 각국의 혁혁한 무공은 오래 빛나고 있지만 특히 파병되는 대대병력을 지휘하기 위하여 대대장급인 중령으로 스스로 강등을 자청, 참전한 프랑스 육군중장 라울 마그랭-베르느레(1892-1964)장군 (2차대전 당시 썼던 랄프 몽클라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다)의 사례는 특히 기억할 만하다.

미 2사단에 배속된 프랑스군 대대는 1951년 2월 양평 지평리 전투에서 중공군을 격퇴하고 비로소 승기를 잡을 수 있었는데 58세 3성 장군이 중령 계급장을 달고 머나먼 나라 파병을 자청한 기록은 6.25 전쟁사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우리와 다른 의식과 가치관, 프랑스의 각별한 자유와 연대 정신의 전통을 거기서 읽어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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