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 김상우 명예기자
▲ 김상우 명예기자

동방예의지국의 백의민족이라는 한국인들의 역사적 정체성이 무색하게, 현대의 젊은이들과 나이든 이들 사이의 간격은 날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고령화사회를 지나 지난 2017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심화되는 세대갈등을 해소할 열쇠는 무엇일까?

흔히 노인은 나이든 몸의 주인으로서 신체적이나 경제적, 관계적으로 의존적인 연약한 존재로 여겨지곤 했다. 꼰대나 뒷방 늙은이 등 노인을 가리키는 많은 표현들이 현대인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이러한 이미지는 세대갈등을 강화하는 증폭제로서 기능하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 각종 미디어를 통해 노인을 새로운 지식의 대상으로 고안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눈에 띄고 있다.

지난 2015년 tvN에서 방영한 ‘꽃보다 할배’는 당시 평균 연령 77세였던 네 명의 노인 배우들이 젊은 배우들과 함께,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배낭여행의 주인공이 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 당시 경이로운 시청률을 끌어냈던 히트작이다. 이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젊은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할배들은 동행하는 후배 배우가 짐 옮기는 것을 거들기도 하고 배우로서의 격려도 아끼지 않으며 불편을 겪지 않도록 배려하는데, 이렇게 후배들을 보듬는 할배들은 그만큼 정성스런 대접을 받는다. 이러한 모습은 존경받을만 한 노인의 모습과 젊은이가 어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효문화라는 윤리로 편입시킨다.

어른은 아랫사람을 배려하고, 아랫사람은 어른을 공경하는 우리의 효문화는 더 이상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라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꽃보다 할배’에서 볼 수 있었던 선후배간의 관계는 결국 젊은 세대가 어른에 대한 부양의 의무를 여전히 짊어지고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의무는 자발적 존경에서 비롯되어야 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세대갈등은 둘 중 한 쪽만의 희생이나 일방적 강제로는 해소될 수 없다. 원론적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먼저 배려하는 쌍방향적인 존중, 그것이 현대적 효문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상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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