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지역 발행 5만원권 지폐 환수율 지난해 32.3%→올해 15.5%
역대 최저…돈의 흐름 원활하지 못해, 경기 불확실성·초저금리…현금 보유↑
소규모 ‘가정용 금고’ 판매량도 급증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대전·충남지역에서 발행된 5만원권 지폐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초저금리로 낮은 수익률과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인들이 현금을 보유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4일 한국은행(이하 한은) 대전충남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대전·충남지역에서 발행된 5만원권 지폐는 1조 3400억원, 환수금액은 2070억원(지난달 31일 기준)으로 환수율은 불과 15.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1조 3170억원의 발행금액 중 4250억원(환수율 32.3%)이 환수된 것에 비해 절반 이하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환수율이란 한은에서 화폐가 발행돼 시중에서 유통되다가 은행을 거쳐 다시 한은에 돌아온 비율이다. 환수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현재 경제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의미다.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증가와 0%대의 초저금리, 각종 부동산 규제로 투자처를 잃고 개인의 현금보유가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송길성 한은 대전충남본부 업무팀장은 “화폐는 금융기관을 통해 순환·유통해야 되는데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며 “코로나로 불안심리가 증가한 개인·자영업자 등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현금보유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역에선 현금 보관을 위한 금고 판매도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대전지역 금고판매 비율은 사무용 금고 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코로나 이후 소규모 가정용 금고 판매가 전체 판매량의 70%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에서는 5만원권 환수율이 낮아진 것을 놓고 단순히 개인들의 현금 보유가 늘어난 것 뿐만 아니라 불투명한 거래가 확대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화폐의 순환이 안되는 현상은 경제위기 상태로 볼 수 있고 은행에 비해 위험성이 높은 개인의 현금보유는 지하경제가 확대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며 “현금보유 자체를 막을 방도는 없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세력, 세금 회피목적의 전문직·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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