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시 대전, 진정한 '혁신'도시 되려면?]
上. 과학 관련 기관 유치… 혁신 플랫폼 구축이 우선

대덕특구 인력·예산 충분해도 시너지 기대이하
市, 이전 - 기존기관 협업 등 단계적 플랜 없어
“연구기관 이전해도 결과 다르지 않을 것” 지적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과학도시 대전에서 혁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연구기관 유치 이슈가 뜨겁다. 지역 정치권은 정무적 힘을 쏟고, 지자체는 공공기관유치 전담반을 꾸려 사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민의 염원이 담긴 현안사업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지만 정작 R&D 허브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는 자조 섞인 반응이 적지 않다. 기존 정부출연연구기관 간 시너지를 창출할 명분으로 대덕특구와 인접한 연축지구에 각종 과학기술분야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인데 연구자들은 기관 유치 이전에 앞서 ‘담장 허물기’가 먼저라고 강조한다. 3회에 걸쳐 과학도시 대전을 진단하고 진정한 ‘혁신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대덕특구 전경. 사진 연합뉴스

대전은 그 어떤 지역보다 공공기관이 많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 중에서도 지금의 과학도시 타이틀을 만든 대덕특구 내 수많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역할이 컸다.

대덕특구에만 출연연 36곳이 몰려있고 공공기관 18곳이 위치해 있다.
인력규모와 소요 예산 어느 하나 부족한 점이 없지만 이곳에서 실질적으로 창출되는 시너지는 기대 이하다.

연구소간 높은 담장은 단절을 불러왔고, 수조원 씩 투입되는 막대한 공공R&D예산은 지역 기업을 키우는데 활용되지 못한 채 대덕특구는 지역사회에서 고립돼 왔다.
수많은 이들이 그간 대덕특구와의 교류, 협력, 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결국 헛구호에 그쳤다.

대덕특구는 출연연간 과다 경쟁, 지자체와의 불통행정, 연구자의 부족한 비즈니스 마인드 등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아니 오히려 뒤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시는 혁신도시 지정 이후 연축지구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비롯한 한국나노기술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8개 기관 유치 계획을 발표하고 기존 대덕특구 출연연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출연연과 이전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고 향후 지역기업들의 혁신 생태계 구축에 어떻게 기여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단계적 플랜은 부재하다.

기존 과학기술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떤 연구기관이 대전으로 이전해도 결과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다.

대전이 진정한 혁신도시로서 ‘혁신 성장’을 이루려면 연구기관의 기술이 청년 창업을 시작하게 하고 지역 중소기업이 유니콘기업으로, 더 나아가 해외로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강력한 오픈 플랫폼이 급선무다.

한 출연연 연구자는 “대전은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 결코 아니다. 고급인력, 신기술, 물리적 접근성 모든 면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한 여건이 이미 충분하지만 경쟁력 있는 기업이 적고, 네트워크가 끈끈하지 않다”며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많은 공공기관이 대전으로 이전한다 해도 미래 청년들이 살고 싶고 기업들이 일하고 싶은 지역으로 거듭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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