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삐라·조선민족운동연간 초판본 등
정근영씨 가족, 대전시립박물관에 유물 다수 기증

▲ 정수빈(대전 대흥초교 5학년·오른쪽) 양이 아버지 정근영 씨와 함께 1950~51년 한국전쟁 기간 동안 미국 유엔군에 의해 북한 쪽으로 뿌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삐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뿌려졌던 삐라(전단)와 독립운동가 사찰 명단이 담긴 조선민족운동연간 초판본, 낙선재 다원 찻잔이 대전시립박물관에 기증됐다.

24일 대전시립박물관에 기증된 삐라는 1950~1951년 한국전쟁 기간동안 미국 유엔군에 의해 북한 쪽으로 뿌려진 것으로 추정되며 백원 화폐에 인쇄돼 있다. 삐라에 새겨진 글귀는 지금의 삐라 문구와는 사뭇 다르다. 자극적인 문구로 이념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아닌 인민군의 생존을 보장하는 ‘안전 보장 증명서(Safe Conduct Pass)’다. 해당 화폐를 들고 남한으로 온다면 인민군의 생명 안전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시 전쟁 한가운데에 있던 분위기가 반영, 해당 삐라를 받은 사람은 목숨만큼은 살려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에 대한 보장, 휴머니즘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기증자의 설명이다.

또 1932년 4월 31일자에 초판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민족운동연간 인쇄본도 함께 기증됐다. 조선민족운동연간에는 당시 상해에서 비밀리에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과 조직도, 또 가족 명단 등 모든 사생활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당시 상해에 설치된 일본 총독부(상해 일본 총 영사관 경찰 제2과)에서 관리했던 독립운동가(상해 임시정부요원) 사찰 명단이다. 해당 사찰 명단은 친일단체의 간부를 역임하거나 독립운동가 중에서 변절한 자들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의 소장품이었던 낙선재 다원 찻잔도 함께 기탁됐다. 다원 찻잔은 인간문화재 도공들에게 특별 주문돼 만들어졌으나 일본에 의해 약탈 당해 일본으로 건너갔던 작품 중 하나다.

기증인 정근영 씨는 “역사적 가치를 품은 살아있는 교육 자료로서 제자리에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 역사박물관에 기증한다”고 말했다.

또 함께 기증인으로 이름을 올린 대흥초등학교에 재학중인 정수빈양은 “외증조 할머니가 6·25 한국전쟁 3인 전사자 가족이시다. 그러다보니 어릴적부터 자연스레 역사에 관심이 많다. 개인 소장 하고 있는 것 보다는 여러사람이 공유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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