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6만가구가 1년 내 유동성 한계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은 충격적이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1분기 말 현재 163.1%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7년 1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온통 비관적인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어제 공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다.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쌓인 결과이겠으나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코로나19에 따른 실업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미만인 임금근로자 가구는 모두 45만8000가구로 추산됐다. 상황이 더 나빠 감내 기간이 6개월 미만인 임금근로자 가구는 28만9000가구로 파악됐다. 여기에 자영업자 30만1000가구는 '매출 감소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 기간이 1년 미만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감내 기간 1년 미만은 한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 을 처분해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유동성 부족을 겪는 경우를 일컫는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가계 부채는 1611조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4.6% 늘어 우려스런 상황이다.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악재가 겹쳤다.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직장을 잃는 근로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단기고용직, 계약직, 여성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일자리가 우선 타깃이다. 여기에 청년고용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본격 도래하는 느낌이다. 경고등은 이미 켜졌다. 채무상환 능력 저하는 곧 대출부실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유동성 한계가구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거다. 취약계층이 먼저 위험에 빠질 공산이 높다. 종합적인 고용안정대책을 세우되 급한 곳부터 우선순위를 둬야하는 까닭이다. 영세자영업자들의 부실위험도 걱정거리다.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부문별 부실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