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준 건양대학교 인문융합학부 교수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다급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유럽 여론은 한국의 대처 방법을 높이 평가하고 그들 정부도 한국에게 배워서 빨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한국의 대응 방식은 국가정부의 전체적인 통제 방식이며 국민의 수동적인 순응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한국인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식은 집단적인 문화, 국민이 정부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유교문화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성공했다는 평가다.

유교문화가 과연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집단적인 문화인지, 한국 국민이 정부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것이 유교의 영향인지 등에 대한 평가는 다각도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각은 유교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상식, 유교의 본바탕을 이해하지 못하는 몰이해를 보인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전 지구적 위기 극복을 위해 전 인류는 반드시 연대해야 한다. 그러자면 어떤 방식에 기초하여야 진정한 연대가 가능할 것인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인의 대응방식이 전체주의적 순응적 태도이며 그 바탕은 유교문화라는 몰이해는 비판되어야 한다. 그들의 지적은 유교문화가 가부장적인 전체주의를 지향하며, 국민은 국가에 순응하도록 길들여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적은 잘못된 것이다.

첫째, 진정한 인류 연대를 위해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벗어나 개인의 자유와 생명의 소중함을 지켜가야 한다. 이번 한국의 대처방식은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근거한 대처가 아니다. 또한 가부장적 사회의식이 유교문화만의 속성은 아니다. 기독교, 이슬람교 등 과거 농업사회에서 발전한 모든 종교가 그런 요소를 지니고 있다. 과거의 강압적인 가부장적 지배력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한국인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

둘째, 나 자신보다 남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우선 배려하는 문화가 반드시 유교문화의 특성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타인을 배려하는 한국인의 마음씨가 유교문화라는 방식으로 외화되었을 뿐이다.

셋째, 한국인은 국가의 지배에 순응하기만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국민들은 사회적 부조리와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엄중하게 묻는 전통이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와 통치자가 항상 백성을 돌보는 일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여겼다. 이러한 측면이 유교의 영향인 것은 맞다. 백성들의 삶을 곤경에 빠뜨리거나 곤경에 처한 백성을 돌보지 않는 자는 부모 역할이나 정치를 담당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유학의 근본 사상이다. 그렇지 못한 정부나 권력자에게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었다.

이러한 혁명적인 생각을 펼쳤던 공자와 맹자의 인간학과 정치학은 한국 역사에서 혁신과 저항을 위한 사상적 바탕이 됐다. 앞으로 전세계는 한국인의 성공적인 코로나19 위기 대처 능력은 서로 배려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사회의 신뢰감과 책임감이라는 우수한 선진시민의식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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