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한번 드셔 보세요."

대전시가 '고강도 생활 속 거리두기' 당부하고 난 뒤 23일 대전의 한 둔산동의 대형마트 식료품 코너.

판매 직원이 큰 소리로 "김치 절반 할인"을 외치자 1분도 되지 않아 고객 5명이 시식대 앞으로 몰렸다.

2m 남짓한 통로에 다닥다닥 줄을 선 고객들은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린 채 음식을 맛봤다.

가족끼리 온 고객들은 "한번 먹어 봐"라며 "이거 사자"고 음식을 서로 먹여주기도 했다.

고강도 생활 속 거리 두기 기간임에도 대형마트 시식대에선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전 시내 대형마트를 방문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공개한 생활 방역 세부지침 실태를 확인한 결과, 시식·테스트 코너 운영 중단 및 최소화, 비말이 튈 수 있는 호객 행위 자제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가 지역사회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시식행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신제품을 홍보하는 직원들의 호객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주부 박 모(47·대전 서구) 씨는 "방역당국에서 시식행사 중단 권고를 내렸다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다"면서 "고기와 생선 등을 싸게 사가라고 직원들이 매달리는데 솔직히 불편했다"고 전했다.

시식 코너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타난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7일 '생활 속 거리 두기 세부지침(2판)'에서 대형 시설에 대한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등에 종사하는 책임자는 시식 및 화장품 테스트 코너 운영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다만 지침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각 사업장 재량으로 운영된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도 손님과 고객이 밀접 접촉하는 '화장품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대전의 한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에 놓인 화장대에선 직원들에게 직접 화장품 테스트를 받는 고객이 많았다.

직원들은 화장대 앞에 앉은 고객의 마스크를 내린 뒤 입술에 립스틱을 칠했다.

얼굴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색조를 입히는 메이크업 특성상 직원과 고객 사이의 간격은 20cm에 불과했다.

직원 A 씨는 "고객들이 먼저 테스트를 요구하는데 직원 입장에서 거절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식대나 화장품 테스트 매대 운영을 중단하거나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의 한 감염내과 의사는 "불특정 다수가 몰리는 대형 백화점과 마트에선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해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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