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맥키스컴퍼니 사장

지역경제인의 한 사람으로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뼛속 깊이 체감하고 있다. 우리의 파트너인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긴급생계지원금으로 회복되는가 싶더니 다시 대전에서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가지 기쁜 소식이 들려 위안을 얻는다. 대전 지역화폐인 '온통대전'이 큰 인기란다. 출시 한 달 만에 21만 6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744억원어치 화폐가 발행됐다고 한다. 아마 지금쯤이면 이 수치는 더 높아졌을 것이다.

알다시피 '온통대전'은 대전시가 지역자본의 외부 유출을 막고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발행했다. 도시 안에서 수요와 거래량이 늘어나도록 함으로써 도시 스스로의 힘으로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취지다. 대전시는 출시일로부터 2개월 안에 '온통대전'을 사용하면 15%를 캐시백해 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이는 고스란히 높은 시민 참여로 이어졌다.

맥키스컴퍼니도 대전시의 지역경제 활성화 목표에 일조할 의무가 있는 향토기업이다. 우리는 임직원들의 회원 가입은 물론 '이제우린'과 '린21' 소주병 300만 병에 '온통대전' 홍보라벨을 부착,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온통대전'이 '로컬 바이(Local Buy)' 운동의 불쏘시개가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사실 지역경제가 살아나려면 대기업 유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생태계라고 생각한다. 전국 유통에 기대지 않는 독립기업, 독립 상권만 융성해도 그 도시는 '돈맥'이 막히지 않는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소상공인 생태계가 선순환 체계를 가지려면 지자체, 지역기업, 시민사회, 소상공인단체 등의 역할과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 '온통대전'을 매개로 민관협력과 시민참여가 활발한 것을 보면 시작이 좋다. 대전 지역화폐에 지역기업,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기대가 큰 이유다.

'온통대전'은 단순히 소비성향의 변화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이제는 소비도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다. 전 세계적으로 지역성과 지역공동체의 가치 회복과 연계해 '로컬 바이' 운동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로컬 바이' 운동은 근본적으로 환경캠페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대량 유통에 반대하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대량 유통, 대량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지역기업, 지역생산품 구매를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로컬 바이 운동은 문화와도 연관성이 높다. 경제 불균형의 간극이 작은 도시일수록 지역 정체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크다. 지역 고유의 문화를 공유하는 소비자가 많은 도시일수록 지역기업, 소상공인이 설 자리가 넓어진다. 시류에 휩쓸리는 소비가 아니라 지역성의 가치를 되살리는 소비야말로 로컬 전성시대, 경제 불균형을 바로잡는 지름길이란 얘기다. '온통대전'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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