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래 대전서부교육지원청 행정국장

한여름도 아닌데 벌써 폭염 주의보와 경보발령이 잦다. 폭염과 지구온난화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인간의 편익과 급격한 도시화의 부산물이다. 도심에서 폭염은 열기를 가두는 열섬현상으로 이어지고 삶의 질을 낮춘다. 숲은 우리 삶의 가장 친근한 공유물로 인간과 오랜 접점을 유지해 왔다.

숲은 산림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도시의 공원과 수목원, 정원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특히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계획에 의한 작은 공간 단위로서 소공원이나 도로변의 가로공원이 있으며, 학교는 정원의 형태로 숲이 만들어진다. 작은 수목군 하나하나가 도심의 허파며 산소공장이다.

학교의 녹지공간인 학교 정원에서는 심미적 의미와 더불어 녹색의 색감이 주는 정서적 위안, 오염의 저감 등 공익적 가치도 경시할 수 없다. 자연의 시계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보면서 계절의 감각을 인지하고 생태계를 익혀간다. 학창 시절 학습적 욕구로 주변에서 보고 느낀 사실은 그대로 뇌에서 장기기억으로 오랫동안 남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나이의 경험을 더 소중히 여긴다. 예전에도 향교나 서원, 서당 등 교육의 공간에서 학자수, 행단수, 군자목, 선비목 등의 수목을 고집했던 이유는 교단을 중시한 사례다. 교정에서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습의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물리적 공간과 조형이 아무렇게나 혹은 무관심하게 꾸며진다는 것은 아이들의 학습권을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직접 교육에 필요한 교구는 아닐지라도 아이들 성정(性情)의 순화를 위해서 환경의 품질은 매우 소중하다.

요즘, 교목과 교화는 리플릿에만 있고 교정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학교 교육과 연계한 명품 ‘학교 숲’을 조성해 학생과 교직원 중심의 학습 공간이 절실하다. 학교의 숲에는 오솔길, 이야기 쉼터, 자연학습장 같은 교육적 이미지와 지역 특성이 고향 같은 안온함과 자연의 냄새, 향수가 풍기도록 학습중심으로 어울림이 있어야 한다. 공간인지력과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는 보이는 대로 기억될 것이고 그 기억물이 쌓여 곧 모교의 추억이 될 것이다. 교정마다 조경물을 특화해 반드시 졸업한 학생들에게 모교에 대한 상징물(Tree-mark)이 돼야 한다. 학생들에게 있어 자연을 닮은 사고력은 살아가면서 공동체 의식과 공감력의 확장으로 인간들의 삶을 보다 융화롭게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교정에 있는 모든 대상은 최상 품질의 교육적 존재이어야 한다. 교육의 목적은 인간에게 의도된 행동의 변화다. 학창시절의 자연학습은 미래를 건강하게 키우는 심적 동력이다. 자연에서 다양성은 사고의 신축성과 사회 적응력을 발달시키며, 아이들은 관계중심의 조직적 사고로 소통과 공감이 우월한 미래형 인간이 된다. 학교 숲에서 자라는 나무만큼 아이들의 생각도 쑥쑥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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