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서예이야기 401]

▲ 옹치봉후. 박일규 서예가 제공

통일천하의 논공행상(論功行賞)을 마친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어느 날 낙양(落陽)의 남궁에 앉아 밖을 내려다보니 넓은 뜰 여기저기에 장수들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대체 무슨 일로 저러고들 있는가?”

고조의 물음에 장랭(張良)이 대답했다.

“모반을 꾀하고 있는 듯합니다.”

깜짝 놀란 고조가 그 까닭을 물었다.

“페하께서 천하를 얻으신 것은 모든 신하가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소하(蕭何)나 조참(曹參), 번쾌 등 측근들에게만 높은 벼슬을 내리시고 평소 페하의 미움을 산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죄를 물어 죽음을 내리셨습니다. 저들도 상을 받기는커녕 처벌을 받지나 않을까 두려움에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차라리 모반을 도모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고조가 더욱 놀라서 물었다.

“그러면 어찌하는 것이 좋겠는가?”

“페하께서 가장 미워하시고 저들도 그렇게 생각할 만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건 옹치(雍齒)라는 놈이지. 옛날에 그놈은 나를 여러 차례 괴롭힌 바 있는데 공이 많아서 그냥 살려 두고 있는 중이야.”

“페하께서 전날 유수전투에서 참패하고 쫓기실 때 추격하며 괴롭힌 옹치는 자신이 섬기는 항우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한 충신입니다. 서둘러 옹치를 제후(諸侯)로 봉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저들은 안심할 것입니다.”

옹치는 원래 항우의 부하장수로 몇 차례나 유방을 죽음의 위기로 빠뜨린 적이 있었으나 나중에 투항해서 무공을 세운 사람이었다.

고조는 장량의 의견에 따라 옹치를 제후로 봉하여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장수들의 동요(動搖)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도 주변에 어려움을 겪게 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그 사람을 통해 새로운 학문이 이루어 질 때가 많으므로 ‘미운자 떡 하나 더 준다’ 생각하고 삶에서 좋은 지혜를 위해 각자의 능력을 활용해 더욱 큰 발전에 이바지 하도록 해보자.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 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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