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저변 확대되면 요식업에도 영향, 다같이 잘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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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SB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SB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방송 도전기는 꼼꼼히 살펴보면 마구잡이 식이 아니라 계획적이다.

요리의 대중화에서 맛의 전문적인 평가, 요식업계 지원과 이미지 제고, 그리고 식자재 시장 저변 확대까지. 찬찬히 단계를 밟아나가는 중이다.

2015년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에 처음 얼굴을 비췄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슈가보이'였다.

요리를 잘 못 하는 사람들도 쉽게 맛있는 집밥을 만들 수 있도록 꽁치 통조림을 활용해 찌개 만드는 법을 구수한 사투리와 사람 좋은 웃음을 곁들여 친절하게 알려줬다.

'요리의 대중화' 콘셉트는 같은 해 시작한 tvN '집밥 백선생'으로 이어졌다. 먹고 살기 힘든 시대 누구나 집에서 쉽게 요리를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것이 프로그램 모토였고,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서 전수한 만능 양념 시리즈는 주부부터 자취생들까지 폭넓게 사랑받았다.

'집밥 백선생'이 자리 잡을 무렵, 백 대표는 SBS TV '백종원의 3대천왕'과 올리브 '한식대첩' 시리즈를 통해 맛에 관한 '전문성'을 부각하기 시작했다. '3대천왕'에서는 단순한 맛집 소개를 넘어 여러 식당을 분석하고 더 맛있게 먹는 팁을 전수했으며, '한식대첩'에서는 전국 곳곳에 숨은 한식 고수들의 로컬푸드를 칼 같은 시선으로 심사했다.

2017년부터는 상대적으로 SBS와의 협업에 주력했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으로 창업과 장사의 비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초읽기에 들어갔고, 이 프로그램이 크게 히트하자 이듬해 본격적으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오픈했다.

현재까지도 인기리에 방영하는 '골목식당'은 하루 평균 3천명이 식당을 시작하고, 2천명이 폐업하는 현실 속에서 각 식당의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포맷이다. 더본코리아로 요식업계 대표주자가 된 백 대표가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따끔하게 때로는 푸근하게 '교본'을 제시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백 대표는 그러면서도 tvN과는 각 나라의 식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을 놓지 않고 꾸준히 했다. tvN '먹고자고먹고'나 '스트리트푸드파이터' 시리즈는 그 일환이다. 단순히 여행 먹방(먹는 방송)이 아니라 그의 식문화 지식이 결합한 이 프로그램도 영상미와 더불어 잔잔하게 사랑받았다.

백 대표는 지난해부터는 음식의 근간이 되는 '식재료'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SBS TV '맛남의 광장'이다.

'맛남의 광장'은 지역 특산품이나 로컬푸드를 이용해 기존에 맛볼 수 없었던 신메뉴를 개발해 휴게소와 철도역, 공항 등 유동인구가 많은 만남의 장소에서 이용객들에게 선보이는 내용이다.

특히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과 컬래버레이션 형식으로 시도한 '못난이 감자' 30t 판매 프로젝트는 화제 몰이를 하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밖에 tvN '고교급식왕'이나 JTBC '양식의 양식'도 시작은 '식재료'였다.

또 20일 첫 방송하는 MBC TV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마!' 역시 겉보기에는 다시 '마리텔'로 돌아간 게 아닌가 싶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재료 소비 촉진이 골자다.

계란 후라이 하나도 하기 어려워하는 요리 낙제생들을 위한 이 프로그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 언택트(untact)로 시청자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요리쇼다. 요리에 공포증이 있거나 관심 없는 사람들도 '요리인구'로 끌어들이는 게 목표다.

백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맛남의 광장'을 하면서 지방에 다녀보니 음식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요리에 끌어들이면 식재료 소비를 많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역 곳곳에서 농어민들이 정말 힘들어하는데, 식재료 시장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농어민들이 포기하면 결국 식자재값이 올라가고, 못 구하는 재료들이 생기면 수입에 의존하게 돼 요식업계도 힘들어진다. 우리가 잘 되려면 같이 잘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코로나 시국에서는 오프라인에서 뭔가 하기가 어려우니 방송을 통해 이런 걸 더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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