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기에 수도 브뤼셀 오줌싸개 동상. 이 왜소한 조형물을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든 벨기에의 마케팅 능력. 사진=이규식

벨기에는 작은 나라다. 룩셈부르크, 모나코, 바티칸, 리히텐슈타인 같이 국토면적이 더 작은 국가들도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역량과 국력을 과시하는 나라 가운데 벨기에의 비중은 단연 돋보인다. 면적 3만여 평방 킬로미터로 세계 139위, 인구 1150만 명 남짓 (세계 82위), 복잡한 언어현실 같은 외형적 현실만 본다면 설명이 어렵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주요기구,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 그리고 1,000여개 국제기구가 자리 잡은 명실상부한 유럽의 교차로다. 북부는 플라망어(네덜란드어), 동남부에서는 왈룬어(프랑스어)라는 이질적인 두 종류 언어가 공용어로 쓰인다. 이런 여건에서 번영을 구가하는 벨기에인들의 현실감각과 타협정신은 배울만 하다. 그래서 계층간, 지역간 소모적인 갈등이 증폭되는 우리 현실에 일정부분 타산지석이 됨직하다.

지금처럼 오로지 실리 위주 국가 간 각축 속에서 벨기에의 현실적 처세는 주목할 만하다. 부존자원이 많지 않고 좁은 국토에 각기 다른 두 가지 언어를 쓰는 국민들을 포용하면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을 앞서는 1인당 국민소득 등을 달성한 저변에서 허허실실, 실사구시로 이름 붙일만한 그들의 생존전략을 찾아본다.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꼽힌다. 신문, 방송, 출판은 물론 도로표지판, 국왕연설에 이르기까지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 두 언어를 사용하는 등 번거로움은 클 것이다. 오랜 세월 갈등과 대립을 거쳐 왔지만 결국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현실적 처세를 터득한 벨기에인들의 합리적 사유가 강소국의 바탕이 된 측면이 있다. 벨기에의 타협과 실리주의는 그래서 도약을 앞에 둔 우리의 눈길을 끈다. 좁은 국토, 갖가지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는 우리로서는 그 구체적인 해법과 대안의 실마리를 벨기에의 사례에서 찾아본다. 우선 척박한 부존자원을 극복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육성, 각기 독자성을 인정하면서 공존의 묘수를 찾는 국민통합정책 그리고 국제무대에서의 능란한 외교역량이 눈이 띈다.

우리도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남북한 인구와 국토규모, 막강한 국력으로 명실상부 강대국으로 올라설텐데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한 가운데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태는 더욱 답답하다. 시나브로 강대국을 향한 도정에 접어든 우리로서는 작지만 강한 나라 벨기에의 처신과 실용주의의 교훈을 되새길 만하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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