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신성대 현장실습지원센터장·간호학과 교수

점심 즈음 맛집의 식당에 가면 어르신들이 식사 모임을 가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오랜만에 회포도 풀고 담소도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즐긴 후 대부분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먹는다.

바로 "약"이다. 나이가 들면서 만성질환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1인당 한두 가지 약물은 매일 복용한다. 건강한 청년들도 치료를 위한 약물이 아니더라도 비타민, 콜라겐 등 건강보조제 하나쯤은 복용하고 있다. 건강보조 약물만 하루에 3종 이상 먹는 모습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니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 중 약을 안 먹는 인구가 몇 %일까 싶다.

약물 남용도 문제가 되지만, 중요한 것은 올바른 복약, 즉, "복약순응"이다. 순응은 의사의 처방이나 권고에 대해 환자의 행동이 일치하는 것으로, 복약 순응은 의약품의 지속적인 사용(persistence)과 복약방법 준수(compliance)로 구분된다. 의약품의 지속적인 사용은 의사의 처방전을 환자가 조제하여 의약품을 계속 복용하는 것이고, 복약방법 준수는 의사의 지시한 용량·용법대로 의약품을 복용하는 것이다.

고혈압의 경우 복약법을 잘 지킨 환자의 96%가 혈압조절에 성공한 데 비해, 불순응한 환자는 18%만이 혈압조절에 성공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우울증약의 경우 약 2주 정도 되어야 효과가 나타나고 충분한 효과를 보려면 3주 정도 되어야 한다. 따라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6개월에서 1년간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 항생제의 경우 최근 내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항생제를 충분한 기간 복용하지 않을 경우 내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부분 복약 순응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독거노인은 경제적, 정신·심리학적으로 취약하여, 신체적·인지적인 문제로 의약품 복약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그 외의 경우는 '깜빡하고 잊어서', '증상이 호전되어서'가 가장 많다.

최근 약물 달력이나 스마트폰 어플 등 간단한 아이디어만으로도 이러한 점은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저렴하면서도 간편한 방법으로는 주기적으로 투약하는 약물을 달력에 표기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깜빡하고 잊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반면 기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약물 복용하는 약을 디지털 약 상자에 보관하고 약 복용을 알리는 멀티미디어(음성, 소리, LED 조명 등) 스마트 약상자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스마트폰의 알람이나 어플을 활용하여 복약 시간 알람을 지정할 수도 있다.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만성질환자가 증가되고 있는 요즈음엔 장기적인 개인의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투약하는 약물의 순응도를 높이고 복약 불이행을 예방함으로써 의료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간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약물 복용이 치료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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