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교 대전시 자치분권국장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잘 활용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누군가가 이를 구매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 판로가 수월하지 못한 경우를 우리는 종종 봐 왔다. 특히 민간기관과 달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는 신제품 사용을 꺼려하는 경우가 아마 훨씬 많을 것이다.

이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접목한 제품이라도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에 대한 나중에 있을지 모를 책임감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관행과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조달청에서 혁신지향 공공조달 정책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기업이 개발한 혁신제품을 공공기관이 우선 구매해 사용함으로써 기업의 초기시장 진입과 혁신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업이 개발한 시제품을 공공기관이 최초로 구매하고 활용해 공공현장에서 실증 테스트를 거쳐 널리 상용화하자는 것이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실험실에 머물고 있는 혁신기술을 제품화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진 것이고 공공기관 특히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지역 내 기업에서 생산한 신제품을 공공조달을 통해 우선 사용하여 지역기업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수년 전 대전시 공보관으로 재직 중에 우리 지역의 어느 중소업체가 연구 개발하여 만든 강연청취용 보조시스템을 대전시청의 대강당에 설치한 적이 있었다.

이 기업이 개발한 시스템은 난청 시민들에게 방송잡음을 제거해 깔끔하게 청취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제품이었는데, 개발한 제품에 대한 판로가 막연하던 차에 지역기업과 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설치한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최초로 공공기관에 납품을 한 셈이고, 대전시는 기업의 판로개척을 위해 초기 구매자가 된 것으로 이 결과 현재는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공공기관의 대강당, 공연장, 학교시설, 버스승강장 등에 도입되는 등 제품의 수요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이번에 조달청에서 선정한 혁신지향 공공조달과 관련 상용화 전의 혁신제품 생산 81개 기업 중에는 대전 소재 8개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약 50년 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 혁신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고 이제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지역 내 많은 기업들의 신제품이 조달청의 혁신제품으로 선정되어 전국 공공기관에서 활용되길 바라며 대전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사상 유래 없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이 제도를 통해 판로개척과 혁신성장을 함께 이루어서 성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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