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태권도외교과 교수

‘잠은 최고의 보약’이라는 문구가 어느 날엔가 CF 광고 문구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만큼 수면이란 행복과 직결될 만큼 중요한 삶의 한 요인으로 건강과의 연관성이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수면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상당한 피로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심장을 비롯한 다른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사람의 일생을 80세를 기준으로 시간을 환산해 보면 약 70만 시간 정도가 된다. 이 중에서 일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은 거의 비슷해 약 20년 정도가 잠자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렇듯 인간의 삶 중에서 1/3 이상이 수면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이 긴 시간 동안 잘 자는 일이 인간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일상생활에 활력과 젊음을 유지해 준다.

실제로 장수하는 집단이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대체로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생존경쟁의 세상에서 해가 넘어가면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즉 자연의 섭리에 입각한 수면을 취하기가 사실 상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직장에서의 업무와 접대, 다양한 인간관계, 자기개발을 위한 시간투자, 경쟁력을 우선하는 사회·구조적 현실은 수면시간을 최대한 절약하지 않으면 남보다 앞설 수 없고 도태됨을 의미하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듯 무엇엔가 쫒기는 것 같은 일상은 거친 비바람을 겪은 나무에 나이테의 주름이 패이듯이 수면부족으로 인한 마음과 몸의 고통은 주름살이 더욱 깊고 굵게 자리 잡게 한다. 흔히들 야행성을 자처하며 짧은 수면시간을 훈장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이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하루의 피곤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몸을 회복시켜야 다음날 활력적인 일상을 보낼 수 있다. 큰 소리나 객기로 만성적 피로를 속이고 참는 일이 단기간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질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잠은 어떤 상태일까? 수면을 취한다는 것은 의식은 없어지지만 뇌의 혈류량이나 산소 소모량은 깨어 있을 때에 비해 크게 저하되지 않는 상태이면 뇌의 신경세포 활동도 감소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면시간에도 뇌파가 나타나는데 깊은 수면을 취할 때는 느린 뇌파의 진폭이 나타난다. 좋은 수면은 꿈과 관련된 램 수면과 뇌파수면이 교대로 나타나는데, 램 수면이 전체의 20%를 넘지는 않는다. 새로운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젖먹이 신생아는 뇌 신경세포가 빨리 피곤해지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자면서 보낸다. 이때 꿈을 많이 꾸는 램 수면이 약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수면은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삶의 일부이다. 왜냐하면 하루 종일 업무나 노동에 시달렸던 근육이나 내장기관, 특히 100억 개가 훨씬 넘는 뇌세포가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효율적이고 인간의 생리적 리듬에 적합한 시간으로 알려진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고 새벽 6시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수면효과임을 기억해야 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질병의 치료가 아니라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건강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중심에는 여러 기관이 동시에 작용하지만 삶의 질을 좌우하는 데는 수면도 한 몫을 담당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공포로 인해 수면-각성 리듬이 깨져 양질의 수면도 위협받고 있지만 본인만의 루틴과 운동이나 전신 마사지를 통해 쾌면의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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