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 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더워 죽겠다." 더우면 무심히 하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더위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에너지 빈곤층이 바로 그들이다. 올여름은 예년보다 폭염 일수가 많은 데다 습하고 무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지하방 거주자들은 벌써 걱정이 크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태라 무더위 쉼터 운영도 제한적일 수 있어 더 걱정이다. 에너지 빈곤층에게 폭염은 재난이며 공포다.

에너지 빈곤층은 경제적 빈곤, 사회적 고립, 소외, 건강상의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을 동시에 겪고 있는 저소득계층을 말한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2018년 에너지시민연대가 실시한 '여름철 에너지 빈곤층 에너지 주거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가구의 70%가 홀몸 노인가구이며, 조사 응답자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약 5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기초생활 수급비나 노령연금을 공과금, 약값, 식비 등 우선순위가 높은 생활비로 우선 쓰고 나면 전기세, 수도세를 낼 돈이 없게 된다. 여름에 실내온도가 30℃를 넘어 35℃ 가까이 되어도 전기세가 무서워 선풍기를 켜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건강상 문제가 있거나 신체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이나 장애인의 경우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온열 질환으로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에너지 빈곤계층은 기본적으로 심각한 주거문제를 가지고 있다. 좁은 다세대주택, 옥탑방, 고시원, 쪽방, 지하방, 비닐하우스 등은 폭염을 견디기 어려운 주거환경이다. 더불어 누수와 곰팡이, 환기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도 함께 가지고 있기 쉬운 이들에게 폭염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이들에게 안전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장기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주거환경을 적정하게 개선하는 정책을 통하여 더위와 추위 걱정 없는 안전한 주거를 보장하는 것이다. 더불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활 영위에 필요한 최소비용을 실질적으로 산정하여 지원하는 공공부조로서의 지원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폭염 긴급지원 방안으로 수도세나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는 세대에 단수, 단전 조치를 취하지 말고 세제감면혜택을 주는 동시에 대상자의 필요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지원을 해야 한다.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경우 에어컨을 설치해드려도 전기세 걱정에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대상의 소비 특성을 고려한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제2차 과학기술 기반 국민생활문제 해결 종합계획'에서 우선 해결해야 할 주요 사회문제 중 하나로 '에너지 빈곤'을 꼽고 있다. 또한 에너지바우처 제도를 통해 전기세 할인, 주거 환경개선 등의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에너지 빈곤층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복지는 경제적 빈곤에서 시작하여 주거, 노동, 건강,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국가 차원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건강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 측면에서 에너지 빈곤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2005년 경기도 광주의 단전 가구 촛불화재사건 이후로 에너지 빈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기는 했으나 아직 법적인 근거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폭염, 혹한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에너지 복지를 심도 있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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