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계속된 개혁…한화그룹 '하명' 쇄신안은 효과 없어
내부 개혁이 더 중요…현장 목소리 존중해야

▲ 14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두산에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날 18연패에서 탈출한 한화는 두산에 2연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13일 오후 대전시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인근 대전광역시 체육회관 앞 네거리에 한화 이글스의 승리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다시 칼을 꺼내 들었다.

한화는 18연패 사슬을 끊은 14일 두산 베어스전 직후 사과문을 통해 "이른 시일 내 팀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가 사과문을 통해 쇄신 방안 마련을 약속한 만큼, 향후 강력한 개혁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암흑기에 시달렸던 한화가 이번엔 확실한 쇄신 방안을 바탕으로 팀의 체질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 개혁의 팀 한화? 쇄신책은 10년 동안 끊임없이 나왔다

사실 한화는 개혁에 소극적인 팀이 아니다. 팀이 추락한 2010년대부터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혁신적인 쇄신책도 상당히 많이 나왔다.

한화는 2010년대 초반 한대화 감독 경질 후 '거장' 김응용 감독을 깜짝 선임했다.

김 전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사장까지 역임했기에 현장 복귀가 의외라는 시선이 많았다. 한화는 이후 코치진을 대거 교체하며 팀 분위기를 쇄신했다.

개혁은 적극적이었다. '짠돌이 구단'으로 유명했던 한화는 단숨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혔던 정근우, 이용규를 한꺼번에 붙잡았다.

이어 서산 2군 구장 공사를 완료하고, 투수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전구장 담장을 높이는 공사까지 진행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김응용 감독 체제에서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자, 이번엔 '또 다른 거장' 김성근 감독을 선임한 뒤 다시 한번 개혁을 추진했다.

코치진 물갈이에 이어 권혁, 송은범, 배영수, 정우람, 심수창 등 많은 FA를 끌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개혁은 실패했다. 한화는 이 기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지 못했다. 리빌딩도 실패했다.

한화는 지난 시즌 '반짝 활약'으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올해 다시 추락했다.

급기야 1985년 삼미슈퍼스타즈의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 쇄신은 보여주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것

지난 10년간 한화가 추진한 대다수 쇄신책엔 공통점이 있다. 한화 이글스가 아닌 한화 그룹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김응용, 김성근 감독 영입은 모두 그룹이 추진한 사항이다.

당시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과거의 인물이 아닌, 새로운 인물로 팀의 새 판을 짜길 바랐다.

그러나 그룹의 선택은 과거였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책상에 앉은 그룹 인사들은 현장 분위기를 오판했다.

많게는 100억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 FA 영입 과정에서도 그랬다.

팀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추진하는 현장 프런트의 의견은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감독이 그룹 인사와 만나 결정하는 일이 잦았다.

개혁은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단기 효과에 맞춰졌고, 보여주기식으로 전개됐다.

최근 한화 구단의 의사결정도 보여주기식으로 전개되는 분위기가 있다.

최원호 감독 대행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무려 10명의 1군 선수를 엔트리에서 말소해 위기를 초래했고, 한화 구단은 18연패를 탈출하자마자 사과문을 발표했다.

◇ 한화, 내부 개혁이 더 중요하다…현장 목소리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2010년대 일이다. 한화뿐만이 아니라 리그에서 인정받던 스카우트 A씨는 본인이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우수한 외국인 선수들을 추려 구단에 추천했다.

그러나 한화가 뽑은 외국인 선수는 이 명단에 없는 엉뚱한 선수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윗분'이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선수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한화가 뽑은 그 선수는 최악의 부진 속에 중도 퇴출됐다.

현장은 현장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

미국이 재난 발생 시 실질적인 지휘통제권을 일선 소방서장에게 부여하는 이유다.

그러나 한화는 지난 10년 동안 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룹 고위층과 그룹에서 내려온 회사원 출신 사장·단장, 단기적인 성과를 바란 일부 감독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구단의 방향이 설정됐다.

이런 과정에 한화는 10년 동안 끊임없이 쇄신책과 개혁방안을 발표하고도 깜깜한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화 구단은 14일 발표한 사과문 말미 '임직원 일동'에서 '직'이라는 음절을 빼야 한다.

그리고 '그룹과 구단 임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다시 발표해야 한다.

한화그룹 본사 책상에서 나온 보여주기식 충격요법보다 한화이글스 운영팀 막내 직원의 의견이 지금은 더 소중하다.

단언컨대 현장 직원들은 그룹 임원들보다 지금 한화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더 잘 알고 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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