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탄생100년을 맞는 문인 중 한 분인 조지훈 문학관 (경북 영양군) 사진=조지훈 문학관

봉오동­청산리 전투 승전 100주년, 6.25전쟁 70주년,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올해는 이런 역사적 기념일 외에 문학적으로도 의미있는 기록이 적지않다. 특히 1920년 창간된 '개벽'은 천도교에서 펴낸 종합지인데 민족문학, 민족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종교색을 최대한 배제하고 지면의 1/3을 문학과 예술에 할애한 현대적 잡지였다. 일제의 탄압으로 6년만에 폐간하기까지 '개벽'은 문학이론과 해외문학소개, 문인들의 작품 수록과 신인발굴 등 선구적인 개성을 과시했다. 100년 전에 이런 개념의 잡지를 보유한 우리 문화의 전통과 긍지를 재삼 확인한다.

그리고 1920년에 태어난 문인들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다. 세계 각국에서 뛰어난 문학가, 예술인 들의 탄생-별세 몇 주년 기념행사를 활발히 벌여오고 있는 가운데 특히 2020년, 11분 문인의 탄생 100주년은 더욱 되새길만 하다. 근래 해마다 이런 행사를 펼쳐오지만 올해처럼 대거 11분을 현양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1920년생 문인들이 더 많이 있겠지만 특히 곽하신, 김상옥, 김준성, 김태길, 김형석, 안병욱, 이동주, 이범선, 조연현, 조지훈, 한하운 (가나다 순) 11분은 아직 건강하게 활동하시는 김형석 수필가를 비롯하여 비교적 우리에게 낯익다. 문학사 기록을 통하여 접하고 작품이 고전의 반열에 들어간 머나먼 기억의 작가들이 아니다. 생존 문인,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절에 교과서나 잡지, 저서 등을 통하여 작품을 읽었던 가까운 기억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본다. 지금까지 100세 생존문인은 2012년 당시 정소파 시인, 올해 김형석 교수 두 분이지만 앞으로 수명이 연장되면서 장수문인이 증가하여 100세 생존 시인, 작가들이 대폭 늘어나기를 바란다.

올해 탄생 100년을 맞는 문인들은 '한글사수 항전세대'로 불린다. '학병세대'로 일제 강점기 말 고등교육을 받던 분들이 대다수여서 특히 한글사용 금지조치에 많은 고민을 하였고 광복 후 우리 현대문학 발전에 앞장 서서 노력한 문인들로 기억한다.

삶이 팍팍해지고 문화를 향유할 여유 마저 점차 줄어드는 현실에서 젊은 시절 읽었던 시집과 소설 더러는 입시준비로 공부했던 교과서에 실린 이분들 작품의 기억을 2020년 소환해 보는 일은 의미있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시 한구절, 소설 한 대목이 던져주는 행복한 여운과 추억의 힘은 생각보다 큰 까닭에.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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