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벽 깨고 프로 꿈꾸는 야구선수 역할…"판타지같은 주인공 뚝심 응원하게 돼"

▲ [싸이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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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선수들이랑 같이 훈련하면서 저도 모르게 승부욕이 생기더라고요. 주수인이 느꼈던 감정이 이런 것일까 싶었죠."

남자뿐인 고등학교 야구단의 유일한 여자 선수. 프로가 되고 싶지만, 성별 그리고 그 너머의 또 다른 벽에 부닥치는 청춘. 영화 '야구소녀'의 주인공 주수인이다. 배우 이주영(28)은 마치 자신이 주수인 인듯 그의 열정과 고민을 오롯이 표현해냈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주영은 "이 영화를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작품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야구소녀'의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20대 후반의 나이에 10대인 주수인을 연기해야 했는데, 캐릭터에 매료됐죠. 30~40대가 봐도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소재와 이야기라고 생각했고요."

'천재 야구소녀' 역을 위해 한 달 동안 극 중 코치 최진태 역을 맡은 배우 이준혁과 남자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아야 했다.

"극 중에서 수인처럼 남자들 사이에서 훈련한 거잖아요. 비슷해지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선수들에게는 실례지만 '나도 잘하고 싶다',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할까?', '열심히 하지 않는 걸까?' 이런 고민부터 시작해서요. 훈련 자체가 주수인을 만들어내는 토대가 된 거죠."

자신을 '야구 문외한'이라고 표현한 이주영에게 투구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던지는 방법을 보면서 어떻게 던지면 폼이 더 정돈돼 보이고 예뻐 보이는지까진 알게 됐는데, 제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아쉬웠어요. 실제로 제가 던진 공의 구속도 재봤는데 60∼70㎞ 넘기도 힘들더라고요. 주수인은 최고 구속이 134㎞잖아요. (웃음)"

주변에서 '안 된다'고 만류해도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놓지 않는 주수인은 관객에게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부러움을 불러일으킨다.

이주영은 "종목은 다르지만, 그 감정의 결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주변에서 만류하지만 주수인은 자신이 한번 정한 길을 놔두고 돌아가려 하지 않아요. 다른 대안들을 제시하는데, 그 대안을 제시하는 이유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는 거죠. 저도 연기하면서 스스로 고민했고 주변에서도 '다른 길로 가보면 어떻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죠. 그 과정에서 저도 '나는 이 길을 가려고 하는 건데 왜 사람들은 안 된다고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는 "가끔은 주수인의 뚝심 자체가 판타지 같았다"며 "관객들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실제로 연기하면서는 응원하게 됐다. 주수인의 대사 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여성이 끌고 가는 영화지만, 여성주의 영화라는 프레임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여자 선수라고 안 될 건 없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여성주의) 주제를 빼고 이 영화를 설명할 순 없어요. 그러나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더 광범위해요. 누구나 영화 속 어떤 한 인물에 이입할 수 있죠. 코치 진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자신처럼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거고요. 꿈을 꾸는 사람들과 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봐도 될 것 같아요."

영화 '메기'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오늘의 탐정'(2018)등을 거쳐 '이태원 클라쓰'에서 많은 사람에 얼굴을 알린 이주영은 주수인처럼 자신의 길을 뚝심 있게 걸어가고 있다.

"저는 항상 오늘만 사는 사람이에요. 거창하게 뭔가를 이뤄나가고 싶다는 것보다, 연기하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즐거워요. 제가 가진 작은 능력으로 누군가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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