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지켜온 노포들]
1970년대 즈음 대전역 일대서 태동…대전서 가장 오래된 중화요리집부터
이북민 향수병 위로하는 냉면집까지…칼국수·두부두루치기 등 별미 다양
市 ‘3대·30년 전통업소’ 인증·소개

▲ 사리원면옥의 냉면
▲ 사리원면옥의 냉면

[충청투데이 박현석 기자] 노포(老鋪). 대를 이어온 오래된 식당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대전 곳곳에서 여전히 활기차게 운영되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옛 맛은 어딜 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다. 며느리에게, 아들에게 그 비법이 대를 이어 전해지면서다. 고된 하루를 잊게 해주는 막걸리 한 잔과 순대 한 점. 고향이 그리운 실향민을 달래주는 냉면 한 그릇. 현대화 되지 않은 그 추억의 맛을 우리 미각은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맛을 통해 그 시절을 곱씹어 본다. 시간도 단절하지 못한 30년 이상 넘은 노포들의 맛이 계속될 수 있도록 대전시는 '3대·30년 전통 업소'를 매년 인증해오고 있다. 올해 창간 30년을 맞은 충청투데이는 이들 30년 이상 노포들을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대전(大田)은 말 그대로 예전엔 큰 밭이었다. 이 큰 밭을 가로지르는 철길이 깔리고 대전의 모태인 대전역이 들어섰다. 대전역 인근으로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1970년대 즈음 일대에 많은 식당들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깔끔한 순대 맛이 일품인 '백천집'도 1970년 11월 5일 중앙시장통에서 처음 가게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아직도 국자를 놓지 않는 노사장의 고집은 여전하다. 받아온 순대가 아닌 직접 만든 순대를 손님들에게 푸짐히 낸다. 잡냄새가 없다. 정직하고 깔끔한 순대국밥은 30년이 지나도 그 맛을 유지하고 있다.

대전역전 칼국수 노포는 '신도칼국수'다. 대전 대표 음식인 칼국수를 맛보러 온 외지인들이 기차에서 내려 가장 먼저 찾는 곳.

사골로 우려낸 육수와 칼국수면, 열무김치가 어우러져 맛이 일품이다. 식당 한켠엔 개원때부터 썻던 그릇들이 전시돼 업력(1973년 개업)을 가늠해볼 수 있다.

▲ 왕관식당의 콩나물밥
▲ 왕관식당의 콩나물밥

역전 인쇄골목에는 '왕관식당'이 있다. 콩나물밥이 전문이다. 갓 지은 밥과 7가지 재료를 비법 양념장에 비벼먹으면 일품이다. 시래기 된장국과 양념된 신선한 육회를 곁들여 먹으면 더할나위 없다. 제시간에 찾아가자.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2시간만 이 특별한 맛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태화장'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1972년 개업한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중화요리 전문점이다. 화교2세가 현재까지 직접 운영하면서 변치않는 맛으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양도 푸짐하며 굴짬뽕이 인기다. 특히 전가복은 그 맛이 일품 중 일품이다.

숨두부 노포인 '평양숨두부'는 동구 대성동에 있다. 숨두부는 순두부의 북한식 방언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초대 창업자는 이북 출신이다. 1·4후퇴 당시 평양에서 월남해 이곳에 자리를 잡아 생계 수단으로 숨두부를 만들었고 그 맛은 3대째 가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맛이 담백하고 고소해 보양식과 병문안 음식으로도 제격이다.

과거 행정 중심지였던 중구 선화동에도 오래된 노포들이 많다.

'학선식당'은 3년 묵은 김치로 끓여내는 김치찌개 전문점이다. 얼큰한 국물맛과 담백한 고기맛을 느낄 수 있다. 부부 요리사의 솜씨로 어머니의 손맛과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알싸한 매콤함이 땡긴다면 두루치기를 권해본다. 선화동 '광천식당'은 35년 2대가 이어온 오징어 두루치기가 일품이다. 특유의 양념 때문에 감칠맛이 깊고 멸치 국물과 무 깍두기를 곁들이면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먹고 난 뒤 남은 양념에 국수사리를 비벼 먹으면 한끼 식사는 거뜬하다.

▲ 진로집의 두부두루치기
▲ 진로집의 두부두루치기

대흥동 '진로집'도 두루치기 노포다. 부드러운 두부에 맛깔스런 양념이 더해진 두부두루치기가 대표 메뉴다.

1969년 개업 이래 50여년을 떠나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대를 이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두부 두루치기란 명칭도 처음으로 쓴 오래된 노포다.

대흥동 '대전갈비집'은 이름 그대로 돼지갈비 하나로 대전 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노포다. 40년 업력(1979년 개업)은 어딜 가지 않는다. 고소하고 담백한 갈비는 씹을수록 그 맛이 입안 가득 퍼지고 육질도 부드럽다. 돼지고기의 깊은 맛을 맛본 이들은 식사가 끝난 후에도 그 여운이 남아 자리를 뜨지 못한다.

오류동 '한영식당'은 직접 담근 고추장과 된장으로 맛을 낸 닭볶음탕으로 유명하다. 메뉴도 닭볶음탕 한가지를 40년동안 고집한 집이다. 쫄깃한 닭고기와 고소한 감자, 달콤한 양파가 어우러져 얼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대흥동 '정식당'도 닭볶음탕에 조예가 깊다. 1984년 개업 이래 35년간 닭볶음탕 한가지 메뉴만 고집한 집이다. 매콤하고 칼칼하며 단맛이 절제되어 있다. 보기와 달리 맵고 짜지 않아 한번 맛 보면 자꾸 찾게 된다. 영업주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닭요리 맛을 널리 알리고 싶어 시작한 집으로 곁들여 먹는 빈대떡도 일품이다.

대흥동 '사리원면옥'은 1967년 개업해 60년 넘는 업력을 자랑한다. 창업주는 북한 황해도 사리원에서 재령면옥을 운영하다 6·25전쟁 당시 내려와 이곳에 다시 문을 열었다.

소고기 육수와 동치미로 국물을 내는 냉면 한 그릇이 주는 특별함은 이북5도민들의 향수병을 위로해준다. 갈비탕과 만둣국, 불고기 역시 일품으로 둔산동 '사리원면옥'도 아들과 손녀가 대를 이어 3대째 운영하고 있다.

유천동 '연아식당'은 황태찜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다. 강원도 황태의 담백한 맛을 살리기 위해 고춧가루와 마늘, 간장, 그리고 약간의 고추장만 넣고 국물을 자작하게 끓여낸다. 매우면서도 칼칼하고 끝맛은 감칠나다. 곁들여 먹는 달걀찜 역시 부드럽고 맛이 좋다.

▲ 광천식당의 오징어 두루치기          대전시 제공
▲ 광천식당의 오징어 두루치기 대전시 제공

서구 용문동 '광천식당'은 염소전골로 유명한 맛집이다. 1975년 개업해 2대 걸쳐 40년째 가업을 이어온 토속 식당이다. 얼큰한 염소전골의 맛에 한 번 놀라고 사장님의 정성에 두 번 놀란다. 손님이 올 때 마다 새롭게 지은 찰진 밥을 제공하고 누룽지와 숭늉까지 챙겨주기 때문이다.

유성구 장대동 유성시장 초입에 위치한 '만수불고기'는 삽겹살이 더 맛있는 집이다. 1981년 창업해 현재는 창업주의 며느리가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기계가 아닌 직접 손으로 썬 삽겹살을 옛날 불판에 포일을 깔고 노릇하게 구워 먹으면 일품이다. 옛날 전통 방식으로 만든 돼지불고기 역시 으뜸이다. 직접 만든 동치미와 소소한 밑반찬들 또한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유성구 봉명동 '홍천식당'은 이웃과 나눠먹던 콩나물 비빔밥이 맛있어 식당을 운영해보라는 지인들의 권유로 그 맛이 시작됐다.

부담스럽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콩나물 비빔밥은 양념장 한 숟갈 넣고 쓱쓱 비비면 소박하지만 푸짐함을 선사한다.

대덕구 신탄진의 '영화반점'은 간짜장과 해물짬뽕으로 유명한 노포다. 창업주는 1971년 이곳에 자신을 이름을 딴 간판을 걸고 영업을 시작했다. 얼큰한 해물짬뽕은 냉동재료를 쓰지 않아 그 맛이 일품이다.

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지  역 상  호 취급 음식 주  소 개업시작일
(업력)
동   구
백천집 순대국밥  동구 대전로 791번길 48(중동) 1970.11.05
(49년)
전통칼국수 칼국수  동구 대전로 825번길 13(정동) 1973.12.22
(46년)
태화장 자장면  동구 중앙로 203번길 78(정동) 1972. 7.14
(47년)
평양숨두부 숨두부  동구 대전로 381(대성동) 1991.10.15
(51년)
경동오징어국수 오징어국수  동구 계족로 369(성남동) 1980.11.26
(39년)
중국성 자장면  동구 대전로 815 번길 66(정동) 1981.10.16
(38년)
별천지 토종한방백숙  동구 산서로1659번길69(대별동) 1981.05.07
(38년)
신도칼국수 칼국수  동구 대전로 825길 11(정동) 1973.3.14.
(46년)
왕관식당 콩나물밥  동구 선화로 196번실9(중동) 1974.8.5.
(45년)
적덕식당 토종족발  동구 우암로 220-3(가양동) 1977.2.22.
(42년)
중   구 대전갈비집 돼지갈비  중구 대흥로 175번길 28(대흥동) 1979. 7.31
(40년)
성심당 제과·제빵  중구 대종로 480번길 15(은행동) 1969. 6.23
(50년)
소나무집 오징어 칼국수  중구 대종로 460번길 59(대흥동) 1970. 5.02
(49년)
학선식당 김치찌개  중구 보문로 337번길26(선화동) 1978. 3.23
(41년)
한영식당 닭볶음탕  중구 계룡로 874번길 6(오류동) 1978. 6.28
(41년)
대들보함흥면옥 냉 면  중구 계백로 1583번길 39(유천동) 1996. 5.25
(51년)
사리원면옥 냉 면  중구 중교로 62(대흥동) 1967.10.23
(52년)
금광식당 한정식  중구 충무로 127(대사동) 1979.10.02
(40년)
정식당 닭볶음탕
빈대떡
 중구 중앙로130번길 37-12(대흥동) 1984.04.07
(35년)
진로집 두부두루치기  중구 중교로45-5(대흥동) 1969.8.29.
(50년)
대성관 자장면·짬뽕  중구 계백로 1584번길114(유천동) 1985.2.27.
(34년)
광천식당 오징어두루치기  중구 대종로 505번길 29(선화동) 1982.05.04.
(37년)
영동식당 닭볶음탕
염소전골
 중구 계룡료 874번길27-9(오류동) 1983. 03.10
(36년)
연아식당 황태찜·황태탕  중구 유천로 57-9(유천동) 1986.7.19.
(33년)
서   구 광천식당 염소전골  서구 계룡로 670-16(용문동) 1975. 7.02
(44년)
사리원면옥 냉 면  서구 둔산로 31번길 77(둔산동) 1967.10.23
(52년)
유성구 만수불고기 돼지주물럭  유성구 장대로 38(장대동) 1981.11.13
(38년)
홍천식당 콩나물비빔밥  유성구 계룡로 74번길8(봉명동) 1982.01.29.
(37년)
대덕구 영화반점 자장면·짬뽕  대덕구 신탄진동로 23번길46(신탄진동) 1971. 3.29
(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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