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청주 청년뜨락5959 센터장

청년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가끔 불편한 상황들을 마주하게 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공유한 우리의 가치관·생각과는 다르게 우리가 하는 일들은 항상 숫자로 평가받게 되는 상황들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한 감정들이 생기는 이유는 그 숫자가 청년센터를 찾는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청년에게 자신의 성과와 삶에서 숫자를 떨어뜨려 놓고 살아온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나도 교육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숫자와 마주하고 있었으며, 대개 성적이 그러했던 것 같다. 공부와의 거리두기를 착실히 실천하던 나의 학창시절에도 이 숫자는 민감했었기 때문에 때로는 친숙하게도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며 숫자는 더 민감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졸업 후 몇 개월이 지나면 받는 학교의 전화는 나의 취업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사회복지 계통해서 일을 하고 있는지, 취업은 했는지에 대한 확인은 신입생을 받기 위한 대학의 홍보물에 '우리 대학의 취업률은 얼마입니다'라고 실리게 된다. 그리고 내가 졸업한 대학은 학생들의 사회복지 1급 합격률도 확인해 홍보하기도 한다. 이런 취업률이 대학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중앙부처에서 청년의 취업률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년전 기초자치단체장의 집무실 현황판에 청년 취업률 적힌것을 본적이 있다. 이내 굳이 취업률을 강조하고 있어야 할까라는 불편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이처럼 청년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사회의 시각은 취업률이라는 숫자가 돼 버렸다.

청년의 취업률 관심은 청년들의 취업을 위한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청년의 취업에 대한 기업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정책 등으로 실행되고 있다. 취업을 위한 청년 사업을 실행하는 많은 기관들은 대개 청년역량강화라는 이름으로 취업 관련 능력 향상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단군이래 가장 높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청년들을 더 고스펙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결국 스펙을 통한 경쟁을 강화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 서비스는 대개 교육생 중 몇 명이 취업에 성공했는지를 성과로 평가한다.

청년의 취업은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상황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문제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취업률이라는 숫자를 강조하는 통계가 청년들의 삶을 이해하는 정책인지는 평가가 필요하다. 나는 취업과 관련된 질문은 받으면 항상 불편하다. 청년의 취업은 항상 고용을 원하는 사업주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입장에서 상반된 평가가 있고, 취업률을 강조하는 지원 정책들은 관련 기관들과 고용을 원하는 사업자의 입장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취업률 외에도 혼인과 출산율에 대한 통계의 숫자도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각 중에 하나다.

꿈이 뭐에요. 라는 질문에 언젠가부터 공무원,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직업을 말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어떤 사회복지사, 무엇을 위한 간호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은 던지지 않고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서처럼 직업을 갖기 위한 준비과정을 강조한다. 청년들의 삶을 위해서 취업률이라는 숫자에서 벗어나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청년을 더 인정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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