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위시대 乙의 반란 그리며 의미와 재미 동시에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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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골식품 인턴 시절 열찬(박해진)을 고문관 취급하며 인격 모독을 일삼은 부장 만식(김응수). 그는 이후 준수식품에서 초고속 승진해 부장을 단 후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한 만식과 재회한다. (MBC TV 수목극 '꼰대인턴')

고위공직자들의 청탁 때문에 몇 년째 특급호텔 취업에 실패한 청년 병주(오경주 분)를 위해 채용 비리를 세상에 모조리 밝혀낸 월주(황정음). 덕분에 병주는 자신의 실력대로 최고 득점자로 호텔에 입사했다. (JTBC 수목극 '쌍갑포차')

수사극과 불륜극 인기를 지나 요즘 드라마는 '한풀이'에 한창이다. 물론 우리 일상에서 한풀이는 자신의 일생을 걸어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의 힘을 빌린다.

'꼰대인턴' 속 옹골식품 시절 열찬의 모습은 직장 새내기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요새 저렇게 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위계가 분명한 조직이라면 무언가를 신고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열찬은 타사 전직 후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 그리고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한 만식과의 재회라는 두 가지 판타지를 선물 받았다. 현실에서라면 두 가지 중 하나도 얻기 어려운 선물이다. 열찬이 절호의 갑을(甲乙) 역전 기회를 어떻게 살릴까 궁리하는 사이, 현실 속 열찬들은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과 악질 상사의 구박 속에 매일 눈물을 삼키고 있을 것이다.

'쌍갑포차'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아예 '그승'과 월주라는 비현실적 요소가 삽입됐다. 쌍갑포차를 찾아온 사연 많은 사람을 위해 월주는 귀반장(최원영), 강배(육성재)와 함께 매일 밤 '그승'에서 고객들의 한풀이를 해준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괴로운 비정규직부터 난임으로 고통받는 여성까지 쌍갑포차만 찾으면 시름이 해결된다.

월주의 가장 큰 능력은 괴력도 초능력도 아닌 역지사지 공감 능력이다. 그는 손님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수백 년 전 자신의 사연에 덧입혀 진심 어린 위로를 해준다. '그승' 공간을 통해 악인들을 심판할 때도 피해자와 처지를 바꿔놔 그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거나 정의에 굴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마찬가지로 우리 세상에서는 참 쓰기 어려운 방법이다.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너도나도 한풀이하고 싶은 일 하나쯤은 있지만, 초인적 힘의 개입이 아니고서는 실현하기 어렵다 보니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됐다. 몰입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가장 적합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9일 통화에서 "'꼰대인턴'의 경우 현재 노동시장이 불안정하니 갑을관계 문제에 있어 공감대가 넓고, 드라마에서도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좋은 소재다. 또 고용 형태가 바뀌면서 을이 뭔가를 획득하는 직장문화의 변화도 함께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 평론가는 이어 "'쌍갑포차' 역시 탈(脫)권위 시대에 을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반란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작품이 사회문제를 짚어주면서 의미를 가져가고 동시에 통쾌함을 안기면서 재미도 확보하는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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