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에 의해 여행용가방에 갇혀 심정지 상태에 빠진 9살 의붓아들이 결국 숨졌다는 보도에 시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살아 돌아오기만 애타게 기다리던 시민들의 실낱같던 희망은 허공에 날아가고 말았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코로나 19사태로 연기된 개학날 여느 아이들처럼 등교하지 못하고 병상에 눕는 처지가 됐다. 한창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는 지금 싸늘한 시신 안치소에서 부검을 기다리고 있다. 계모의 비정(非情)이 한 아이의 꿈과 목숨을 앗아갔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천안 순천향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아이가 3일 오후 숨졌다고 어제 밝혔다. 자신의 집 가방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진 지 이틀 만에 숨을 거둔 것이다. 의료진은 아이가 비좁은 가방 속에 웅크린 자세로 장시간 갇히면서 장기 등이 손상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내놨다. 아이가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 안에 갇혀 있었던 사실이 수사 결과 밝혀졌다. 계모는 가방 속에 있는 아이를 3시간 동안 방치한 채 외출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계모는 아이가 거짓말을 해 훈육차원에서 가방에 가뒀다고 한다. 가로50㎝ 세로 70㎝ 정도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아이가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다시 가로 44㎝ 세로 60㎝ 크기의 더 작은 가방에 가둔 것으로 조사됐다. 아무리 훈육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는가.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어른들도 오래 견디지 못한다. 가방 안에서 어린 아이가 겪었을 무서움과 고통을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지금 온라인상에는 계모를 비난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어린이 학대 사건이 잊을 만하면 재발하고 있다. 2014년 이후 5년간 학대로 숨진 아동이 130명을 넘는다는 건 우리사회의 수치스런 민낯이다. 아동학대 행위자의 대부분은 부모라는 연구가 나와 있다. 방어능력이 부족한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야말로 범죄행위의 다름 아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복지안전망을 확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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