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우리에겐 '싸이'하면 떠오르는 존재가 있다. 월드스타 싸이보다 먼저 유명해진 존재다. 바로 '싸이월드'다. 30~40대는 모를 수가 없다. 싸이월드(이하 싸이)는 한때 SNS계 최강자였다. 심지어 페이스북, 인스타보다 선구자였다. 인터넷을 하면 싸이부터 켰다. 1일 1싸이는 기본이었다. 친구들과 ‘일촌’을 맺으며 교류했다. 파도타기로 지인들을 찾기도 했다. 싸이 안 미니홈피엔 일기를 썼다. 사진도 올렸다. 그러다 보니 어마어마한 추억이 쌓였다.

☞미니홈피 세상에선 ‘도토리’면 됐다. 돈으로 도토리를 바꿔 모든 걸 살 수 있었다. 미니홈피는 꾸미는 재미가 있었다. 미니홈피는 곧 ‘집’이었다. 미니홈피 벽지(스킨)를 꾸몄다. 그 안엔 내 방(마이룸)도 있었고, 작은 나(미니미)도 있었다. 방도 꾸미고, 나도 꾸미면서 ‘인형놀이’를 추억했다. 그건 곧 개성이 됐다. 내 미니홈피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었다. 똑같은 것 없는 나만의 것이었다. 작은 나만의 세상에서 나는 행복했다.

☞미니홈피는 내 기분에 따라 달라졌다. 다이어리 말고도 메인에 있는 투데이 히스토리에 그날의 감정을 적었다. 그래서인지 새벽녘 미니홈피에선 누구나 ‘시인’이 됐다. 취객에겐 ‘싸이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메인엔 사진도 넣을 수 있었다. 보통 셀카나 애인 사진, 연예인 사진 등을 넣었다. 때론 감성적인 척 영화 명장면을 넣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니홈피의 묘미는 BGM(Back Ground Music)이었다. 미니홈피를 가면, 그 주인이 설정한 노래가 나왔다. 좋아하는 노래 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노래를 좀 한다 싶으면’ 자기가 부른 노래를 녹음해 설정하기도 했다. 노래는 취향을 대변했고, 마음도 대변했다. 한 친구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곤 ‘I Don’t Care’를 설정해놨었다.

☞싸이를 10여 년간 이용했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하면서 멀어졌다(지금은 또 인스타를 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멀리하진 않았다. 이따금씩 앨범 보듯 사진·다이어리를 보곤 했다. 그런데 이젠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싸이는 한 달 넘게 로그인 먹통이다. 한 보도에 의하면 싸이월드 사무실도 사라졌다고 한다. 싸이는 작년 이미 불통 사례를 겪었었다. 하지만 올해 11월까지 서버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보다 빨리 접속 불가 상태가 된 거다. 이에 3천만 이용자들은 영원히 접속이 안될까 울상이다. 나 역시 백업하지 못한 사진이 수두룩이다. 접속 불가 통보에 청춘 한 페이지가 사라진 기분이다. 잠시라도 복구됐으면 좋겠다. 추억 월드와 제대로 작별하고 싶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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