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대전시 한의사회 회장

한국인의 생활양식이 모든 면에서 급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음식을 비롯 주거, 의복, 교통 및 통신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실패한 제도라고 자인하고 있는 미국식 교육제도까지 받아들이며 너무나 급속하게 서구화가 진행되는 것 같아 내심 우려되는 바가 크다.

특히 음식은 서양의 것에 의해 우리의 식탁이 하나 둘 점령을 당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라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의 음식이 본래의 모습을 서서히 잃어가는 듯하며 퓨전이라는 허울 아래 국적이 불분명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리고 음식의 형태와 더불어 식사문화마저도 서구의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가 있다.

가정에서 정성을 깃들여 조리한 음식을 먹는 경우보다는 편리하다는 이유 하나로 가공음식을 즐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집을 떠나 밖에서 식사를 하는 외식문화가 주류를 이뤄가고 있는 상황이다.

1970년대에는 매우 생소한 단어로 80년대는 그 횟수에 따라 생활수준의 평가기준이 되기도 했던 '외식'이라는 단어가 90년대 들어서 경제 성장과 함께 급속히 보편화되며 오늘날은 일상적인 행위가 됐다.

서양음식과 외식문화가 우리의 식탁과 일반적인 생활습관으로 자리하면서 인체와 가장 조화를 잘 이룬다는 우리의 음식이 점차 줄어만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서구의 많은 학자들이 우리 식탁의 서구화를 두고 비만,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 등의 성인병은 물론이고 각종 암 발생에 대해여 엄중한 경고를 내린 바 있다.

그리고 서양음식이 각종 질병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성을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성인병 및 각종 암의 증가는 국가와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인성의 변화는 가정의 해체를 몰고 오는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나 인식했는지는 모르지만 패스트푸드 및 과자류 등에 사용돼온 트랜스지방 사용을 규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서양음식이 성인병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유발하고 인성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에 뒤늦게나마 동의를 한 듯해 조금은 다행스러움을 갖게 된다.

발효식품의 강국 대한민국이다.

인체의 소화기관에서 가장 흡수하기 편안한 상태의 음식이 발효식품이라고 한다.

우리의 음식과 발효와는 떼어놓고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혜로운 민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도 거르는 일이 없이 충분하게 발효식품을 섭취하던 우리네다.

그러나 지금 서양 음식에 의해 우리의 훌륭한 음식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식사문화도 우리의 전통 방식이 사라지고 있으니 염려되는 바가 클 수 밖에 없다.

음식과 식사문화는 단순하게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형이하학적인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수평적 또는 수직적 인간관계의 틀을 만들어 가고 서로 정을 나누는 형이상학적인 가치가 내재돼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학창시절 어머니가 정성껏 싸주시던 도시락은 끼니만 싸주신 것이 아니라 푸근한 정도 함께 담아 주셨다는 사실을 인스턴트, 패스트푸드가 범람하는 지금 더욱 분명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왜일까?

새해에는 과학과 철학이 담긴 우리 음식과 함께 모두가 건강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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