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35억원 이외 대안없다”
농민단체, 10만원→5만원 하향
농정협 난항 … 전농 李지사 면담
박덕흠 ‘농업인 연금’ 향배 주목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농민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하 조례안)'이 충북도의회 6월 정례회에서도 또 다시 헛바퀴를 돌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도와 충북농업인단체협의회(농민단체) 간 농민수당의 규모를 두고 현격한 시각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당초 주장안인 영세농가 대상 '충북형 농가 기본소득보장제(영세농가 대상)'에 소요되는 약 35억원 가량 지원 이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는 강경모드다.

반면 농민단체는 농가당 월 5만원(연간 60만원)을 7만 5000여명에게 적용해 450억원 지원 또는 개인당 약 15만 9000명에게 월 5만원을 지급(904억원)해 달라는 입장이다. 앞서 농민단체는 개인 또는 농가당 월 10만원을 주장했으나 최근 들어 전남도, 전북도 등의 월 5만원 지급기준으로 선회했다. 즉 충북도는 35억원을, 농민단체가 450억원 또는 904억원을 각각 제시한 것이다.

2일 충북도와 농민단체에 따르면 충북도의회의 권고안인 농정협의체 구성은 '난항'을 겪고 있다. 양측은 지난달 14일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간담회를 열었으나 의견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농민단체는 농정협의체가 구성될 경우 농민수당이 아닌 각종 농정사업만 논해야 한다며 월 5만원 지급기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농정협의체 구성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는 '난감'한 기색을 표하고 있다. 이날 이준경 농정과장과 반주현 농업경영팀장은 조례안을 심사하는 박우양 도의회 산업경제위원장(영동2)을 비롯해 위원들과 일일이 면담을 갖고 농정협의체 구성이 녹록지 않은 상황 설명을 한데 이어 35억원이 최대 지원선이란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산업경제위는 4월 조례안 심사를 보류하면서 충북도 집행부와 농민대표단 간 농정협의체를 구성해 농민수당에 대한 합의안 도출을 권고한 바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은 이시종 지사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도의회 제382회 정례회(8~25일)가 열리기 전 이 지사와 만나 농민수당의 재원규모에 대해 의견교환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면담 일정은 미정이다. 충북도는 재원규모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면담의 의미가 없다며 '선(先) 농정협의체 구성·후(後) 지사 면담'을 검토하고 있다.

충북도연맹은 월 10만원을 5만원으로 '자진 하향'한 만큼 충북도가 지원액을 대폭 늘리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먼저 양보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농민단체의 원래 목표액은 월 5만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전남도, 전북도의 사례를 잘 알고 있는 농민단체의 10만원 주장은 '작전'의 가능성이 적잖다"고 풀이했다. 조례안 주민발의를 위한 서명을 받을 때부터 '월 5만원 지급'을 목표액으로 정한 이후 일부러 월 10만원을 주장하다가 특정시점에 5만원으로 낮춰 양보론을 들고 나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도의회 정례회가 개회 하더라도 산경위 심사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재원규모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농정협의체 구성이 어그러졌고 특히 재원규모를 두고 단 한 발짝도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미래통합당 박덕흠 의원(보은·옥천·영동·괴산)은 지난 1일 '농업인 기초연금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농가인구는 1990년대 이후 3.7%씩 감소하고, 농가 고령화율은 국민 고령화율의 3배 수준"이라면서 "농업소득은 지난 20년간 1000만원대 초반에 머물면서 도농간 소득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법안은 농업경영정보를 등록한 농업경영체를 대상으로 월 최소 10만원 이상(연 최소 120만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재원마련은 100분의 40~90%를 국비로 지원하고 나머지를 지방비로 분담하는 방안이다.

지역의 한 유력인사는 "정부가 재원부담을 하려 하겠느냐"며 "농촌이 지역구인 의원들은 법안에 찬성하겠지만…. 국회 본회의장 문턱을 넘는 일은 지켜볼 대목"이라고 했다. 앞서 충북도는 4·15 총선을 앞둔 2월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등에 농가 기본소득보장제 공약화를 건의했으나 양당 중앙당은 공약집에 명시하지 않았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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