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갈등 우려로 증시 주춤 탓
요구불예금 등 갈아타기 준비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예·적금 상품을 해지하지 않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여파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갈등 우려로 증시까지 주춤해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지난 4월 개인 정기 예·적금은 해지액은 총 6조 5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8조 2696억원) 대비 26.7% 감소한 수준이다.

건수 기준으로 봐도 4월에는 56만 7601건 해지돼 한 달 전보다 23.3%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증가폭은 확연히 수그러들었다.

지난 1월 예·적금 해지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지만, 2월 들어 7% 증가로 돌아선 뒤 3월에는 51% 뛰었다.

그러나 4월에 들어서는 다시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폭이 한자릿수로 내려왔다.

지역 은행권에서도 움직임이 감지된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역 서민들이 늘어나 지난 2~3월 예·적금 해지액이 증가했었다. 여기에 증시까지 급락하자 '기회'라고 판단한 금융소비자들은 기존 예·적금을 해지하는 것은 물론,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주식 투자 행렬에 뛰어들었다.

지역 A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까지 코로나 사태로 급전이 필요하거나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개개인 정기 예·적금을 해지하는 고객이 많았다”며 “4월부터는 예·적금을 해지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돈은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과 요구불예금 등으로 몰렸다.

적절한 투자처가 나오면 바로 투자가 가능한 곳으로 옮겨갈 준비가 돼 있는 돈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경기 악화로 자산시장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 투자자들이 베팅한 삼성전자 등 우량주의 주가가 쉽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다른 투자처 역시 관망세가 짙어지자 예·적금 해지 추세가 진정됐다는 것이 지역 은행권 분석이다.

지역 B은행 관계자는 "은행 예·적금에 들어있는 자금이 이탈하려면 안전한 투자처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상황에선 마땅한 투자처가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예·적금을 유지하거나 선택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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