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공섭 대전 동구문화원장

선거는 민주주의의 가장 적절한 표현방법이고 자유민주주의의 근간(根幹)인 것은 확실하다.

우리는 건국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려 21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와 19차례의 대통령선거, 7번의 지방선거 등 실로 다양한 선거와 투표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거리 정치문화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은 바로 우리의 정치풍토에서 찾아봐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정치문화는 정파에 속한 사람의 진영논리, 영호남 대치와 상대당과의 적대관계, 네가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진흙탕 싸움의 저질 정치의 산물인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로 그들이 추는 춤에 세뇌된 국민은 둘로 셋으로 갈라져서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는 작금의 형태를 어찌할 것인가? 그들이 만든 프레임 속에 가둬져서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가고 있는 현 정치 상황을 걱정하는 많은 국민을 어찌할 것인가.

진영논리가 어떻게 결정되든 그 집단은 그것을 지켜야 하고 관철해야 하기 때문에 위민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보수와 진보의 처절하고 극한 생존싸움의 연장 선상에서 SNS와 말쟁이들을 앞세워 편향된 방송을 하는 종편방송과 공중파방송의 줄서기, 언론의 정치권에 빌붙기 등이 암적인 문제로 등장한다.

우리 일반 국민은 그 집단의 강요된 선택을 받아 한물에 든 고기가 되어 그들이 색칠하는 대로 물들고 버둥거리며 정신없이 그들이 외치는 구호를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는 현재, 정치인만 있고 정치는 없으며 더욱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판이 됐다.

이러한 정치판에서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며 내 가족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의 정치 상황은 정치권에서 만든 수렁으로 끌어들여 부모세대와 자식 세대의 분란과 갈등으로 가족의 화목을 송두리째 망가지게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세대 간의 갈등과 지역적인 적대관계를 양산해서 그들의 영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정치문화를 이대로 둬야 하는가?

우리는 외국 정치인들의 퇴임 후를 잘 보고 있다. 그들은 퇴임 후에 사회봉사활동과 특사 등으로 국가를 위하여 일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성숙한 정치문화를 볼 수가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여야를 떠나서 한자리에 모여 환하게 웃으며 골프하는 모습은 우리 정치문화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그림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한 퇴임 후와 너무나 큰 차이를 보면서 우리의 장대한 5000년 역사가 그들의 2000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태생적 정치 후진성을 발견하게 한다.

그것은 정치를 잘 못 배운 것에서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근대 정치는 36년간의 일본 통치를 받으면서 일본 정치를 많이 답습했다. 그러나 일본은 국내정치적인 문제는 정파의 목소리가 분명 하지만 국익이 걸려있는 문제는 여야가 똘똘 뭉치는 모습의 정치문화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

우리는 국익이고 뭐고 자기 정파의 이기주의적 결정에 목숨을 걸고 있는 모습은 국민을 위한 정치는 없고 정파에 매몰된 저급정치만 있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에 성숙하지 못한 국민을 오도하는 정치집단의 사고로 몰고 가면서 국민을 네 편과 내 편으로 갈라놓고 있으며 내 편을 위한 정치만 하는 것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지도자도 내 편과 네 편을 확실하게 가르는 현실을 국민은 어찌 생각할까. 심지어 국민에게 담화를 발표하면서 개인적인 인간관계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한쪽의 지도자라는 것을 국민에게 각인시킨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를 경영하는 책임 있는 사람이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담화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5천만 명의 국민을 위한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한 국민과 정파의 지도자가 됐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한 역사는 계속된 것이다. 이러한 정치의 결과는 1인에게 집중된 권력으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초법적 권력으로 아무 춤이나 마음대로 추면 되는 절대 권력에서부터 출발한다. 분권형 대통령제든지 내각책임제든지 1인에게 집중돼있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협치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완성될 것이며 그래야 불행한 대통령을 더이상 배출하지 않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특권도 많이 내려놓고 주민소환제를 정착시켜 자기를 뽑은 주민들이 자기를 심판 할 수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면 진정으로 봉사하는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정치는 백성을 평안하고 행복을 추구하게 해주는 것이 책무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는 오히려 백성이 정치를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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