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국회 초선 당선인 설명회 사진=연합뉴스
▲ 21대 국회 초선 당선인 설명회 사진=연합뉴스

축하합니다. 내일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군요. 초선부터 6선까지 300명 당선자가 각기 느끼는 희열과 뿌듯함은 미루어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불과 171표 차이로부터 수만표에 이르는 편차에도 불구하고 선거란 당선자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만큼 겸허하게 초심을 잃지 않기 바랍니다.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진행된 선거일정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정치권,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감과 불신, 냉소가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한켠에는 비상한 관심과 비판이 함께하니 정치란 우리사회 구성원에게 애증이 교차하는 계륵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요구하는데 이번 선거전 양상도 예전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은 거리두기, 집콕을 지키는데 대규모 인력을 동원, 유니폼을 입혀 거리에서 음악에 맞춰 율동을 연출하는 모양새라든가 확성기 볼륨을 높인 채 소음을 양산하는 전근대적인 선거문화는 언제쯤 개선될지요. TV 토론에 이런 저런 핑계를 들어 불참하는 후보들이 크게 늘었고 인쇄된 홍보물에는 관심이 거의 비껴가니 후보자들을 검증할 채널이 크게 미흡하였습니다. 구청장이나 시장, 도지사가 할 업무를 공약이라고 잔뜩 늘어놓은 점도 21대 총선의 특징었습니다.

실현성 여부나 재원 조달 방안을 무시한 장밋빛 공약일랑 임기초에 솔직히 실천할 수 없음을 고백,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보았듯 시골 촌로로부터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국민 모두는 이제 정치평론가 이상의 식견과 날카로운 비판의식 그리고 표의 행방에 대한 나름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21대 국회 임기 4년 동안 신선하고 즐거운 소식이 많이 들려왔으면 합니다. 의원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특전만 유지하고 권위적인 특권은 모두 내려 놓을 때입니다. 밤을 새우며 상정할 법안을 연구하는 의원회관 불빛, 캐주얼이나 간소복 차림으로 자전거, 낡은 소형자동차로 등원하는 의원들의 소신있고 겸손한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랍니다. 팍팍한 세태에 지친 국민들에게 전해지는 국회발(發) 희망과 위로의 신선한 충격을 21대 국회에서 느꼈으면 합니다.
 


4년 전 20대 총선 후 국회에 대한 기대를 이 칼럼에 썼습니다. 아쉽게도 그 희망과 기대는 그 어느 하나 실현되지 않았고 급기야 식물국회, 동물국회라는 오명속에 총총히 막을 내립니다. 우리가 국회에 거는 바램은 소박하고 단촐합니다. 다시 한번 긍정의 눈길로 몇 군데 최소한의 수정으로 당시 칼럼을 고쳐 싣습니다. 그렇게 별로 변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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