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4년 수덕사 달하 우송 방장스님 특별 대담
부처님 오신 날, 인간 존엄성·베품·사랑 되새길 수 있는 시간
힘들 때 일수록 행동 절제하고 번뇌·망상 버리며 가슴 열어야
종교는 혼란의 시기 속 균형 돕는 중생 마음의 길라잡이 역할
갈등은 필연적… 바다가 빗물 받아들이고 파도쳐 하나되는 과정
코로나로 인한 갈등 치유 위해 따뜻한 마음·삶의 균형이 중요
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뜻 헤아리고 스스로 부처님인 단계 되길

▲ 덕숭송림 수덕사 달하 우송 방장스님. 수덕사 제공

[충청투데이 김덕진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나라 안 밖으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누군가에게 기댈 힘조차 없다. 이런 시기 종교란 우리 삶의 고통을 씻겨줄 마중물이다. 믿음으로 마음이 평안해지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종교란 우리에게 힘을 주며 앞으로 나갈 지혜를 주는 유일한 의지의 수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 늦춰 진행되는 이번 부처님 오신 날 행사 연기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수덕사 달하 우송 방장스님을 만나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어지러운 이 시기에 대한 답을 들어봤다.

-부처님 오신 날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말씀하셨다.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홀로 귀하다는 이 말은 결국 우주에서 사람만큼 귀한 존재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는 ‘나’를 세상의 중심으로 보고 이 세상의 모든 ‘나’를 존엄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신 것이다. ‘나’도 소중하고 내 옆에 있는 또 다른 ‘나’도 모두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오늘날 세상이 각박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존엄성을 늘 생각하고 옆에 있는 사람을 향해 조용히 웃어주고 베풀고 사랑하라는 부처님의 깊은 뜻을 다시 되새겨봐야 하는 날이 바로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닐까 생각한다.”

-속세의 많은 중생들이 코로나로 힘들어하고 있다.

“산중에 살고 있는 나는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없지만 많은 중생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절집에서의 생활도 단체생활이고 수행자들은 공양시간도 같고 서로 부대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목탁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번쩍 차린다면 수행정진이 정체될 여지는 없다. 힘들겠지만 이럴 때 일수록 행동을 절제하고 번뇌와 망상을 버리며 가슴을 열어야 한다. 지킬 것은 지키되 서로 인색하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속을 보려 노력한다면 한 결 나아질 것이다.”

-혼란의 시기 종교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풀 한포기, 돌맹이 하나도 제 자리에 있어야 한다. 제 자리를 이탈하면 균형이 깨진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흐름이 약화돼 균형이 틀어진다. 모름지기 종교는 혼란 속에서 중생의 마음이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사바세계의 속성상 유행병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지구가 스스로 균형을 맞추듯 중생들도 스스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야 하고 그 중심에는 불교와 같은 종교가 마음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큰 두려움을 갖지 않아야 한다. 역사가 시작된 이후 지금만큼 많은 인구가 살아남으려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태어나고 죽었는지 셀 수 없을 정도다. 불경에 보면 ‘생사열반상공화 이사명연무분별’ 즉, 한 번의 옷을 바꿔 입는 것이다. 목탁소리 한번 들으면 그 생명력의 힘으로 더 좋은 생을 받게 된다는 구절이 있다. 지나친 두려움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조금 더 가벼워지고 편안해 질 필요가 있다. 종교는 중생의 근심을 가볍게 해 주어야 한다.”

-문명의 발달로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갈등도 많아지고 있다.

“바다는 원래 물이 깨끗하고 청정하다. 비가 오면 빗물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비가 그치면 바닷물과 한 덩어리가 되기 위해 파도가 치고 갈아엎고 메쳐서 소용돌이치는 그런 것들이 한 덩어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결국 바다가 한 덩어리가 되면 만고청청이다. 거기서 우러나는 생기가 이 세상을 살리고 있는 것이다. 갈등도 마찬가지다. 비가 아니라 바다 자체다. 파도만 보지 말고 바다 그 자체를 봐라.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갈등도 더 복잡해지고 이해관계는 더욱 얽히게 될 것이다. 갈등을 풀어야 할 종교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종교 자체는 사람들을 화합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힘겨운 파도처럼 보이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것 같지만 결국 그 과정을 거쳐야 바다가 하나가 되듯 인간사의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새로운 갈등이 생기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갈등도 마찬가지다. 갈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갈등을 극복하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식어있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삶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로에게 인색하지 말고 뜨거운 심장으로 서로를 대해야만 이 어려운 갈등을 이겨내고 함께 웃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중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내가 눈을 뜨니 이 세상이 내가 눈 뜬 후의 이 세상이다. 내가 주인공이다. 자기를 축소시키지 말고 과소시키지 말고 인색하게 만들지 말고 정말로 눈을 떴을 때가 이 세상이니까 내가 이 세상을 안아야 된다. 부처님의 세상에 오신 뜻을 헤아리고 스스로가 부처님인 단계가 되길 바란다. 내가 주인공으로써 부처님도 섬겨야 하고 내가 주인공으로써 이 세계를 사랑해야 한다. 내가 아닌 세상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세상을 힘들게 하는 사람은 그 스스로도 힘들어진다. 항상 내가 무엇으로써 이 세상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고 옆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를 생각하는 삶이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유 없이 조용하게 웃어줄 수 있어야 한다. 한없이 열려진 하늘이 있고 아무리 밟아도 언제나 포근한 땅이 있고 눈을 돌리면 아름다운 산천이 늘 우리 곁에 있다. 우리가 느끼려 하지 않을 뿐 세상은 늘 갖춰져 있고 가득 차 있다. 그 속에서 나만 궁상떨면 결국 나만 손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주변을 둘러보며 늘 감사해하고 시간이 된다면 산중 절집에도 찾아가 마음을 달래며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길 바란다.”

글·사진=김덕진 기자 jiny0909@cctoday.co.kr

▲출생
-1942년 경상북도 군위군 산성면 출생
▲출가
-1959년 17세에 수덕사로 출가
-1959년 정혜사에서 원담(圓潭)스님을 은사로, 인규(仁圭)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수지
-1963년 범어사에서 혜수(慧秀)스님을 계사로 구족계 수지
▲수행
-1963년 수덕사에서 원담(圓潭)스님께 사집과(四集科) 수료
-1965년 용주사 대강백 관응(觀應)스님 밑에서 대교과(大敎科) 수료
-1984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연구과정 수료
-1963년 묘관음사, 망월사, 동화사, 통도사 극락암, 상원사, 정혜사 등 56안거 이상 성만
▲이력
-1973년 홍성 오서산 정암사 주지
-1986년 제 8대 중앙종회의원
-1988년 덕숭총림 수덕사 15대 주지
-1992년 정혜사 능인선원 선원장
-2018년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
-2019년 덕숭총림 수덕사 5대 방장 추대

‘방장’이란 직급은 선·교·율을 겸비한 승려 생활 40년 이상을 지낸 승려로 20번 이상의 안거(승려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일절 금하고 수행하는 일)를 지낸 본분종사로서 총림을 대표한다.

흔히 알고 있는 ‘주지’는 방장의 추천으로 총무원장이 임명하며 총림의 운영 및 사찰의 행정업무를 총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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