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주말에 갈게' 전화기 너머 엄마의 힘없는 목소리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목소리가 커진다.

엄마의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다. 엄마는 전화를 끊고 난 후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농사지으신 계절채소를 챙기며, 행여 한 가지라도 빠트릴까 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냉장고 상태를 확인 또 확인 하신다. 이 번 주말까지는 우울하다는 마음 따위는 저만큼 밀어내고 엄마는 행복한 기다림으로 금새 마음이 환해지겠지…

며칠 전 나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는 엄마의 모습에서 문득, 수십 년 후 나의 모습이 보였다. 90세가 넘으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넘치는 사랑은 여전히 빛나게 발휘되는 중이다.

어느새 성인이 된 나의 자녀도 어느 날 문득, 나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게 될까, 한결같은 엄마의 사랑을 내가 그대로 닮았다면, 나도 나의 딸에게 빛나는 사랑을 주어야 할 텐데, 엄마가 주시는 사랑에 비하면 나의 내리사랑은 한없이 부끄럽다.

필자는 심리치료전문가로서 다양한 형태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내담자들을 만나며 지지적 심리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늘 생각한다. 노년기는 은퇴, 배우자와의 사별, 경제적 곤란 등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신체 질환이 생기고, 뇌의 신경생물학적 변화까지 이어지면서 우울, 불안과 같은 증상을 경험할 확률을 높다. 특히, 사회적 철수는 노인성 우울증의 흔한 증상이기도 하지만 외로움과 고립감 등은 그 자체가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에, 주변의 가족 및 친지들의 격려와 지지는 타인에 대해 관심을 잃고 스스로 철수하려는 경향을 어느 정도 경감시킬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가족들은 모두 부모님의 치료자이자 사회적 대상일 수 있다. 외로움과 고립감에 우울할 수 있는 부모님께 전화 한통의 안부나 방문은 부모님께 드리는 가장 좋은 치료약이 될 수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며 부모님께 행복한 기다림이란 선물을 드리는 것은 어떨까, 그 어떤 선물과도 비교될 수 없는 가치 있는 선물이 될 것 같다.

명예기자 곽성희 cctoday@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