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제공

☞아들이 돌잡이 때 청진기를 잡았다. 도치맘인 난 “우리 아들, 의사 되겠네”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엄마가 그 소리를 듣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유인즉슨, 의사가 돈은 잘 벌어도 일이 너무 고되다는 거다. 잘 쉬지도 못하니 결국 며느리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 기억 속 의사들은 그저 멋지고, 똑똑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깨졌다. 나는 밝은 면만을 봤던 거다. 코로나 사태에 의료진들이 너무 고생이다. 그리곤 요새 드라마를 보며 "의사는 아무나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들이 의사를 (못할 수도 있지만) 안 했으면 좋겠다.

☞‘부부의 세계'에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준 드라마가 있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하 슬의)'이다. 재밌게 봤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은 ‘슬기로운’ 시리즈다. 믿고 보는 신원호 PD·이우정 작가 조합이다. 그들은 응답 시리즈도 히트시켰다. ‘슬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병원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도 ‘우정’은 빠질 수 없다. 의대 동기 5명 이익준(조정석 분)·안정원(유연석 분)·김준완(정경호 분)·양석형(김대명 분)·채송화(전미도 분)은 놀라운 케미를 보여준다. 그들은 율제병원에서 함께 근무한다. 전공은 다 다르다. 이 5인방은 20년 지기답게 허물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만나서 하는 일이라곤 밥 먹고, 싸우고, 노래하는 거다. 그런데 재밌다. 진짜 친구처럼 옥신각신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슬의엔 ‘인생의 축소판’ 병원의 진짜 모습이 담겨있다. 누군가의 사망 소식은 누군가에겐 축복이 된다. 아이의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부모는 이식 소식에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어떤 가족은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뇌사자 역시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이었다. 이것말고도 희귀병으로 사망하는 아기, 무뇌아의 출산과정 등 가슴 아픈 병원 현실을 담아낸다. 의사들은 쉴 틈이 없다. 퇴근을 했다가도 콜이 오면 병원으로 달려간다. 며칠동안 당직을 서기도 한다. 항상 환자부터 생각하는 이상적인 의사들이 나온다. 현실에도 "저런 의사가 하나쯤은 진짜 있겠지” 하는 마음에 뭉클해진다.

☞드라마의 작은 요소들마저 빛난다. 의대 동기 5인방은 밴드 활동을 한다. 그 안에서 부른 노래들은 히트를 치고 있다. 특히 조정석이 부른 '아로하'는 음악차트 상위권에 계속 랭크돼있다. 그리고 슬의는 응답 시리즈처럼 ‘복고 맛집’이다. 의대 5인방의 대학 회상씬엔 그 시절이 담겨있다. 브리지 염색, 떡볶이 코트, 곱창 머리끈 등 추억을 소환한다. 그 외에도 러브라인, 김해숙-김갑수 중년케미도 꿀잼요소다. 슬의는 오늘 시즌1 마지막화를 앞두고 있다. 드라마는 끝나지만 드라마가 남긴 많은 의미들을 생각해야겠다. 현실에도 있을 ‘슬기로운’ 의료진에게 감사를 보낸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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