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맥키스컴퍼니 사장

"소주회사가 별의 별일 다하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다. 별난 이력을 가진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지방 소주회사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비꼬는 말처럼 들렸는데 차츰 익숙해졌다. 지금은 자부심마저 드는 평가로 받아들이고 있다. 필자만 그런 게 아니었다. 많은 직원들이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대기업 주류회사가 모델을 누구로 바꿨는데 당신 회사는 누구를 발탁하면 좋겠다는 조언들도 많이 해주셨다.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 회사의 오너는 별난 아이디어로 벤처 성공신화를 썼다. 당대 최고의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 동종업계 1위를 하던 회사다. 이 회사가 대전으로 이전해 선양소주와 합병한 것이 우리 맥키스컴퍼니의 모태다. 우리도 처음에는 잘 나가는 연예인을 모델로 발탁해 각종 홍보물에 활용했다. 새 오너가 계족산황톳길이라는 별난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전까지다.

이때부터 우리 회사는 주류업계 최초로 홍보물에서 연예인 모델을 배제했다. 지역사회와 호흡하다 보면 지역 소비자들이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주실 것이란 오너의 확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15년간 황톳길을 관리하고 매주 토·일요일 숲속음악회를 열었다. 일은 점차 커져 도심 속 힐링음악회, 맨발축제로까지 이어졌다. 계족산황톳길은 한국관광공사 주관 '한국인이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3년 연속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가장 기억에 남는 걷기여행길' 8위까지 올라갔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지역민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병당 판매 적립금을 모아 10년간 40억원을 미래인재 양성에 쓰기로 약속했다. 지난해에 약 3억 800만원이 모였고, 내달이면 대전·세종·충남을 돌며 소비자와 함께 적립한 금액을 기탁하는 행사도 마무리된다.

그런데 지금껏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 터졌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버렸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다. 모임이 취소되고 음식점에 손님이 없으니 공장에 재고가 쌓이는 게 당연지사였다. 주 3일 생산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한 달 이상 겪었다. 장학금 적립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TV광고를 실행에 옮긴 이유다.

광고 제작방향은 빠르게 정해졌다. 우리가 15년간 묵묵히, 꾸준히 지역을 위해 해온 일, 앞으로 할 일들을 담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확정한 광고 콘셉트가 '별난 소주회사'다. '별의 별일 다한다'는 외부의 평가를 고스란히 담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코로나 이후 로컬 지향의 시대가 왔다. 지역민이 그 지역 브랜드를 아끼고, 골목상권마다 독립 소상공인이 번창한 도시로 미국 포틀랜드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그 바탕에 힙스터 문화가 있다. 우리말로는 '별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대전이란 도시를 '별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 향토기업이 살고 지역도 산다. 우리 광고에 나오는 '린 주세요'라는 그 말을 기억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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