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2009년 제작 추모비 정착못해
5~6년전 ‘마동조각공원’ 안치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인 23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마동창작마을에 있는 추모비 앞에서 이홍원 작가(왼쪽)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희도 기자] 해마다 돌아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일이 되면 이홍원 화백(67)의 감회는 새로워진다. 일부 단체들의 반대로 수차례 떠돌아다니던 노무현 추모비를 문의 조각공원에 정착시킨 이가 이 화백이기 때문이다.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마동리 창작마을의 폐교 운동장에 조성된 조각공원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이 공원을 만든 이홍원 화백은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인 23일 오전 추모비 앞에 향을 피우고 술도 한잔 올렸다.

이 화백이 자신의 공방에 보관됐던 추모비를 공원 한가운데로 옮겨 놓은 것은 5~6년 전이라고 한다. 언제 옮겼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만큼 오래됐다.

추모비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추모기간에 걷힌 청주시민 성금 400만원으로 2009년 7월 만들어졌다. 높이 75㎝, 너비 60㎝ 크기의 자연오석으로 제작된 추모비는 노 전 대통령의 얼굴과 추모글, 뒷면에는 어록, 추모제 등이 기록돼 있다.

그러나 설치 장소를 놓고 갈등이 이어졌다. 당초 2009년 노 전 대통령 추모 청주 시민위원회는 추모비를 청주 상당공원에 설치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찬반 논란 속에 청주시가 전시만 허용했을 뿐 설치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차선책으로 국민 휴식처로 탈바꿈한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설치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청남대의 소유권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충북도로 넘겼다. "청남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뜻에서였다.

그러나 청남대 설치에 대한 보수단체의 반발은 여전했고, 세월이 흐르면서 추모비를 제작한 시민위원회 활동마저 흐지부지됐다. 결국 추모비는 어느 한 곳에 안착하지 못한 채 논쟁의 대상이 됐다가 이 화백의 공방으로 옮겨졌다.

이 화백은 "추모비가 우리집에 온 지 10년이나 됐다"며 "창고에 보관하는게 너무 안쓰러워 추모비를 꺼내 햇볕이 잘 드는 좋은 자리에 모셨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5월 23일이면 추모비를 찾아 향을 피우고 술잔도 올린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을 전후해서는 관람객들이 분향할 수 있도록 향도 준비해 놓는다. 그는 "공원을 구경하다가 추모비를 찾는 분이 꽤 많다"며 "많은 분이 노 전 대통령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눈물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희도 기자 huido02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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