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현 청주오송도서관 강내도서관팀장

책 구하기도 힘든 세월에 공부했던 필자의 세대조차도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세상의 요즘 젊은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기는 힘들다. 책 말고도 보고 즐기고 배울 게 널려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종이책이 주는 유익은 달리 대체하기 어려우니 책을 읽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읽도록 만드는가?'이다. 이 문제에 대해 답을 구하기 전에 먼저 지역사회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살펴보자.

일전에 '책 표지 올리기'를 통해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캠페인을 하는 것을 본 적 있다. 일주일 동안 매일 한 사람이 자신에게 감동이 컸던 책의 표지를 아무런 설명 없이 SNS에 올리고, 릴레이로 다른 사람을 지명해 캠페인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다양한 책 표지가 게재되고 생각보다 많은 댓글이 달리면서, 책을 읽었던 사람들이 감상을 올리고 못 읽어본 사람들은 평소 관심을 가졌던 분야의 책에 대해 꼭 읽어보겠다는 의견을 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소소하지만 색다른 캠페인이 독서문화 기풍을 조성하는 데 일조한 것이다.

다른 사례는 독서 모임을 통한 독서 활동이다. 대개 도서관마다 한두 개의 독서 모임이 있다. 단순히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단편적인 방식에서 나아가 작가를 초청해 대담 형식의 모임을 하거나 지역 명사를 사람책으로 규정하고 초청 강연을 듣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문학관 기행이나 책의 배경지를 답사하는 여행을 추진하기도 한다.

한편 어떤 경로를 통해 책을 선정할까 궁금하다. 여러 기관의 추천도서 목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신문과 잡지 등의 신간 소개나 서평을 참고하는 게 그다음이겠다. 전문가들은 연구 분야 논문의 참고문헌을 찾아 꼬리를 물듯 읽어나간다. 고전 안내서를 참고하는 사람도 있다. 클리프턴 패디먼의 '평생 독서계획'을 참고하는 독서가라면 수준이 무척 높은 편이라 할만하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명사들의 독서 칼럼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독서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명사인 국립생태원장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이나 '통섭적 인생의 권유'에는 자연과학과 인문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책들이 맛깔나게 소개돼 있다. 최 교수는 한 우물만 파는 정형화된 인문학이 아니라 학문을 교차하는 폭넓은 인문학을 강조하며 통섭을 유행어로 만든 주인공이다. 이런 분들의 책이나 칼럼, 강연을 통해 책을 선정하는 방법도 꽤 유익하다.

읽고, 볼 게 너무 많아 오히려 책을 읽기 힘든 시대, 어떻게 책을 읽게 할까?

정리하자면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를 가진 독서모임을 양성하는 것이다. 시간대도 다양해 직장인도 저녁이나 주말을 이용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작가 초청, 사람책, 문화기행 등 답사여행, 글쓰기 교육 등 새로운 방식이 더욱 개발돼야 한다. 명사들도 더 많은 독서 칼럼과 시대를 관통하는 독서 관련서를 내야 한다.

소설가 김진명은 '12월, 무서운 독서로의 권유'라는 글에서 세상을 굳이 두 부류로 나눈다면 독서를 한 사람과 못한 사람으로 나눠야 한다는 뼈 시린 일침을 날리며,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구분하기보다 어떤 책이든지 일단 한번 읽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독서력'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100권의 책을 읽으면 독서에도 기술자가 된다고 했다. 어떻게든 100권을 읽게 하자.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