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강의실, 원격 비대면강의 기자재

초,중,고등학교 대면 수업 시작에 대해서는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데 대학 개강일자에 관련된 보도나 논의는 드물다. 어린 학생들이 학교수업을 할 상황이면 이미 성인이 된 200여 만 명 대학생들의 대면강의는 그다지 문제가 없을텐데 일부 학과의 소규모 실험실습 강의만 진행될 뿐 캠퍼스는 여전히 지난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느 해 같으면 이번 주에 12주 강의, 이제 보름 뒤면 기말고사와 함께 여름방학이 시작되는데 아직 학기 중반에 머물고 있다. 그간 2주일 단위로 여러번 대면강의 일정을 연기하는 바람에 나름 수업플랜을 계획했던 교, 강사들은 본의아닌 양치기 소년이 되어 머쓱해졌다. 사이버 대학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대체로 전체 강의의 5%미만 비율로 진행되던 인터넷 강의가 전면 시행되면서 발생했던 혼란과 시행착오도 어느 정도 안정되어 나름 리듬을 타고 있는 참이다. 이번 학기를 약 한달 남짓 남겨두고 당장 대면강의를 시작한다면 타지역 출신 대학생의 방 구하기를 비롯하여 그간 해오던 아르바이트며 여러 일정이 혼란스러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그렇다고 이대로 학기말까지 온라인강의가 계속되면 기말시험을 치를 걱정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시험을 보자니 공평성과 성적 평가에 어려움이 크고 학교에서 치르려니 거리두기에 따른 시험 장소 확보가 시급하다. 강의실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며 이루어지는 강의가 교육의 본질에 보다 접근한다는 생각이다. 인터넷을 통한 수업은 그것이 실시간 강의든 콘텐츠를 올려놓고 자유롭게 수강하는 방식이거나를 막론하고 일정한 제약과 취약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학생 참여를 비롯하여 전공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되어야 할 강의 방식이 인터넷이라는 속성에 크게 제약받는다. 이런저런 실시간 강의 소프트 웨어가 사용된다지만 교수자의 육성과 표정, 동작, 판서 그리고 다양한 교감의 효과에 비길 수 없기 때문이다.

평생 인터넷 매체 활용에 소원하였던 노교수로부터 컴퓨터가 일상화, 체질화 된 젊은 교, 강사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비대면 강의를 운영해오는만큼 그 경험과 요령을 차후 대면 강의에서 적절하고 유용하게 활용하게 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겠다. '원격'이 문자 그대로 내게서 멀리 떨어진 다른 차원의 공소한 개념이 아니라 바로 일상의 의무로 바뀌었고 앞으로도 언제든 활용할 수 밖에 없겠다는 절박한 무게를 새삼 느낀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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